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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도 못하고 떠났다…광주 물폭탄, 반려동물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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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 가족을 잃었다"…폭우에 스러진 생명들
광주 북구 신안동 침수 피해…반려견 7마리 폐사하고 유기동물 속출
사람만 피했다…폭우 뒤 거리 배회하는 반려동물, 구조 대책은 없었다

지난 17일 광주에 내린 폭우로 숨진 반려견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한아름 기자 지난 17일 광주에 내린 폭우로 숨진 반려견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한아름 기자
폭우가 광주를 덮치면서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들도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렸다.

일부는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안타깝게 폐사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18일 광주 북구 신안동 일대.

이곳은 지난 17일 광주에 쏟아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근 서방천이 범람하면서 도로와 주택가가 침수됐다. 당시 광주에는 기상 관측 이래 하루 최고치인 426.4㎜(북구 기준)의 폭우가 쏟아졌다.

광주 북구 신안동에 사는 70대 노인 A씨는 이번 폭우로 반려견 7마리를 한꺼번에 잃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저녁에 옆집에서 난리 났다고 전화가 왔어요. 이미 제 키만큼 물이 차서 들어갈 수 없었고, 아침에 오니 일곱 마리가 다 죽어 있었어요. 눈도 못 감고…"라며 울먹였다.

하루아침에 가족 같은 반려견들을 잃은 A씨는 깊은 충격에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일부 반려견은 피와 거품을 문 채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다.

지난 폭우 침대 매트리스 위에 올라탄 채 물살에 떠내려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강아지가 18일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집 앞에 서 있다. 한아름 기자 지난 폭우 침대 매트리스 위에 올라탄 채 물살에 떠내려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강아지가 18일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집 앞에 서 있다. 한아름 기자 
반면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례도 있었다.

한 강아지는 성인 여성의 키를 넘는 물이 들이닥친 상황에서 침대 매트리스 위에 올라탄 채 물살에 휩쓸려가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매트리스는 부력을 유지하며 부표처럼 떠 있었고, 강아지는 그 위에 올라탄 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60대 주민 B씨는 "강아지가 매트리스에 올라탄 채 물에 떠내려왔다"며 "당시 물이 제 키까지 찼는데도 매트리스가 떠오르면서 우리 강아지는 살아남았다"고 안도했다.

지난 폭우로 주인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가 18일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젖은 몸으로 애처롭게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한아름 기자지난 폭우로 주인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가 18일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젖은 몸으로 애처롭게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한아름 기자
이날 신안동 거리 곳곳에는 주인을 잃거나 갈 곳을 잃은 반려동물들이 젖은 몸으로 배회하고 있었다.

한 강아지는 축 늘어진 털과 불안한 눈빛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애타게 쫓았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의지할 곳 하나 없이 거리를 떠도는 모습에 주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폭우가 휩쓸고 간 거리엔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들이 방치된 채 머물고 있어 체계적인 구조와 보호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주민 C씨는 "신안동 일대가 물난리로 엉망인데, 거리에서 떠도는 강아지들까지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사람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말도 못 하는 동물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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