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가라앉은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임수정은 극 중 흥백산업 안주인 양정숙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음먹고 가긴 했지만…"본인조차 처음 보는 새로운 얼굴이 나왔다. 스스로도 그 정도의 표정까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단다. 함께 촬영한 배우 류승룡도 깜짝 놀라 대사까지 잊어버릴 정도였다.
임수정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에서 양정숙이 돈을 더 달라고 재차 요구하는 오관석(류승룡)에게 소리치는 장면을 떠올렸다.
"궁지에 몰린 양정숙의 감정을 몰입해서 표현했는데 류승룡 배우님이 현장에서 '진짜 무서웠다'고 말씀해 주셔서 '아! 됐다'고 생각했죠(웃음)"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현장에서 몰입하다 보니 모든 근육을 다 썼더라"며 "양정숙의 진짜 감정을 다 담아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핏대까지 세우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극 중 양정숙은 1970년대 흥백산업 천 회장(장광)의 새 부인으로 등장한다. 임수정은 당시 시대적 말투와 특유의 손짓으로 양정숙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앞서 영화 '거미집'(2023)에서 1970년대 배우 이민자 역을 맡으며 당시 어투를 연습한 경험이 '파인' 촬영에 도움 됐다고 밝혔다.
임수정은 "영화를 찍을 때 배우 크리스탈(정수정)과 함께 그 시대의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많이 연습했었다"며 "류승룡 배우님과 현장에서 맞춰봤는데 '그때의 말투가 남아있어 좋다'고 말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손목을 구부리는 양정숙 특유의 손짓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이었다.
"감독님께서 걷는 것부터가 양정숙이라고 말씀하셔서 '뭔가 찾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죠."
이어 "처음에 강윤성 감독님께서 양정숙의 눈빛이 너무 착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 톤을 좀 맞추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현장에 오는데 제가 손을 이러고 온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도 인정한 임수정의 양정숙
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의 원작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다. 작품은 원작의 흐름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재구성됐으며, 장벌구(정윤호)의 첫 등장과 오희동(양세종)과 선자(김민)의 관계, 양정숙(임수정)의 서사가 추가됐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원작 웹툰에서 양정숙은 보다 독하고 거칠게 묘사됐지만, '파인'에선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더해진 입체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이를 본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처음에 생각한 양정숙 이미지와 달랐지만, 임수정이 해석한 양정숙 모습이 더 좋더라"고 전했다.
임수정은 "양정숙은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어서 이를 솔직하게 전해야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면서도,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사랑에서 만큼은 아직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정숙과 오희동(양세종)의 밀실 장면에 대해 "양정숙이 오희동이라는 남자를 마음속에 품어왔을 거 같았다"며 "감독님께서 영화 '화양연화'(2000)와 같은 분위기를 말씀하셨다. 실제로 미술과 조명도 그렇게 맞춰졌다"고 덧붙였다.
또, 천 회장의 발을 마사지해 주는 장면에 대해선 "원작에서는 천 회장이 의자에 앉아 있고 양정숙이 무릎을 꿇고 발 마사지를 해주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감독님이 조금 수정을 하셨다"며 "천 회장과 양정숙의 서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광 선생님이 발을 계속 닦아 오실 정도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선생님하고 함께 촬영할 때는 얼굴 떨림 같은 감정을 더 넣어 서열 관계가 분명하게 보이도록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양정숙보다 더 서늘한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임수정은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양정숙의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나와준다면 너무 좋고 기쁠 거 같다"고 기대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금고 안에서 춤추는 양정숙의 장면에 대한 촬영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직접 맘보춤을 춘 영상을 제게 보내주셨어요. 현장에서 감독님 앞에서 연습했더니 제가 민망해할까봐 같이 연습해 주셨죠.(웃음)"
이어 "도장을 발견한 양정숙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이 많이 고민하셨던 거 같다"며 "양정숙의 기쁨과 희열이 드러나 어울렸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양정숙은 생각보다 빈틈이 있었어요. 주변에서 뒤통수 치고 있는데 모르잖아요. 더 서늘하고 빈틈이 허용되지 않은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이어 "사랑받는 역할도 좋지만 연기적으로 확장할 기회가 돼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다"며 "최근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 차기작 드라마도 신나게 찍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1부작으로 구성된 '파인'은 지난달 16일 공개 이후 디즈니+ TV쇼 부문 한국에서 장기간 1위를 기록했다. 한때 전 세계 순위에서도 8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