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가자지구를 관광 리조트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상이 담긴 프로젝트안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회람된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사회의 간한 반발을 사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 청소'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 재건, 경제 가속 및 변화 신탁'(GREAT Trust)라는 이름의 38쪽 분량의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최소 10년 간 신탁통치를 하며 가자지구에 관광 리조트와 하이테크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 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문건 작성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원으로 가자에서 식량 배급을 맡은 가자인도주의재단을 고안한 이스라엘인들이 작성했다.
프로젝트안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최소 10년간 가자를 통치하고, 가자 주민 200만 명은 재건 기간 동안 '자발적' 이민을 가거나 가자지구 내 제한된 안전구역에 수용되어 살아야 한다. 또 가자지구에 토지를 소유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토지 재개발 권리를 트러스트에 주는 대신 디지털 토큰을 받게 된다. 해당 토큰으로 해외로 이주하거나 가자 내에 건립될 6~8개의 '인공지능 스마트 도시'의 아파트를 취득할 수 있다.
폭격으로 부서진 가자지구 건물 사진. 연합뉴스프로젝트안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회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스위스 인권단체인 트라이얼 인터내셔널의 필립 그랜트 이사는 "개발로 광고된 대량 추방"이라며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국제 범죄의 교과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계획 수립과 실행에 관여한 이들은 향후 수십 년간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헌법적 권리 센터의 캐서린 갤러거 변호사 역시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 지구의 집에서 강제로 이주시키려는 계획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국내 그리고 보편 관할권에 의해 상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H.A. 헬리어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이 총에 맞거나 굶주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자발적 이주'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 언론 일간 하레츠는 "전쟁 범죄와 인공지능, 관광업에 의존하는 트럼프의 '빨리 부자 되기' 책략"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회람과 관련된 국가 차원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리조트화'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프랑스·스페인·독일 등의 유럽 주요국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 이주는 국제법 위반이며, 가자는 팔레스타인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국 역시 "가자지구 재건은 현지 주민들의 권리와 자결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식 개발안을 거부했다.
가자지구의 모습. 연합뉴스시민사회와 행동 단체들도 과거부터 반발해왔다. 올해 3월 영구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소유 골프 리조트 '턴베리(Turnberry)'가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에 의해 "Gaza is not for sale(가자는 팔리지 않는다)"라는 구호와 함께 파손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트럼프의 가자 리조트화 구상은 식민지적 사고의 연장선"이라며 "국제 사회는 즉각 이 범죄적 계획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열리며 "가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이라는 구호가 확산됐다.
한편, 가자 전쟁 이후 서안에서는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15개 신규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고, 지난 8월까지 3만 9천호 규모의 주택이 계획·입찰 단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의 폭력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약 12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