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본회의 생방송 캡처충남도의회에서 최근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가 논란이 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건의안이 발의됐지만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충남도의회는 2일 제36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장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독립운동 폄훼한 독립기념관장 파면 촉구 건의안'을 상정했다.
김형석 관장은 지난달 15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런 시각에서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필독서이던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는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고 설명한다"며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라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윤봉길 의사의 유서와 관련해서도 "그가 의거 직전에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에디슨 같은 발명가가 돼라'고 적혀 있다"면서 "윤봉길이 조국 독립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두 아들은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했던 것처럼 역사의 이면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 회원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 독립기념관 노조 등 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독립기념관장 파면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안장헌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현 관장은 임기 내내 역사 정의를 부정하는 언행을 일삼으면서 독립기념관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며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미래세대의 역사 교육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 관장의 파면은 역사 정의와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한시도 미룰 수 없다"며 "이 문제는 여야의 문제도, 보수의 진보의 문제도 아닌 우리 충남도민의 자존심과 역사를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윤봉길 의사의 유서 전문을 낭독하며,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가 가르치고 길러 성공한 자를 동서양 역사에서 보건대 동양의 학자 맹가가 있고 서양의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이 내용이 어떻게 과학자가 돼라는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석의원 39명 중 찬성 15명, 반대 22명, 기권 2명으로 건의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반대 22명은 전원 국민의힘 의원들이었다.
찬성 15명 중 12명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었고 천안을 지역구로 하는 국민의힘 소속의 박정수·안종혁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박정수 의원은 건의안도 공동 발의했다.
찬성표를 낸 또 다른 1명은 무소속의 김기서 의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