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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와 달항아리…생성과 소멸을 담아내는 '흙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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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서 열리는 '흙으로부터' 展
김환기·송현숙 등 7인 작품 소개
달항아리·분청사기·흑자와 김환기·송현숙·박영하 작품과의 '조화'
신관에서는 박광수·로와정·지근욱 젊은 작가 3인 작품

표형문자입주병(瓢形文字入酒甁), 18-19세기 초, 도자 Porcelain, 33x18x18cm. 학고재 제공표형문자입주병(瓢形文字入酒甁), 18-19세기 초, 도자 Porcelain, 33x18x18cm. 학고재 제공"물가 정자에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때에도 그대(술병)가 상에 놓이지 않으면 어떻게 손님을 즐겁게 하랴!
(臨水有軒,花月令辰,非爾在牀,曷以娛賓。)"

"쓰기에는 아름답지만 모든 허물이 여기서 비롯된다

(用之斯美,百咎攸自。)."

"그 본바탕이 하얀 것은 맑음에서 취한 것이다. 그 입을 지키라는 것은 침묵의 중요함을 말한다. 

(白其質取乎潔也,守其口戒在黙也。)"

"술잔을 비우고는 다시 부어 단술처럼 또 마시니, 충분하건만 어찌 절제하지 않는가? 사람의 탐욕이 너무나 심하구나. 

(旣乾而浥, 若醴復飮,胡盛不節,人嗜孔甚。)"

술병으로 만든 백자 위에 푸른색 글씨로 한시가 적혀있다.

18~19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표형문자입주병(瓢形文字入酒甁)'에는 술의 정취를 노래하면서도 탐욕이 과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절제의 미덕이 사방에 새겨져 있다. 학고재가 최근 일본에서 들여온 보물급 도자다.

위 몸체에는 맑고 청렴한 정신에 대한 이상을 '병(甁)'의 덕에 비유하여, 둥글게 흐트러지는 형태로 새겨 넣었다.

아래쪽에는 네 구절의 한시가 빼곡히 들어차있다.

유명한 한학자이기도 한 우찬구 학고재 대표가 직접 뜻을 해석해 백자 뒤 벽면에 새겨놓았다.

깊고도 오묘한 검은색의 흑자(黑瓷)와 분청사기, 기울어진 달항아리 등 불의 시간을 통과해 시대의 사상을 담아낸 도자기와 7명 작가들의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18~19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표형문자입주병(瓢形文字入酒甁)'에는 술의 정취를 노래하면서도 탐욕이 과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절제의 미덕이 사방에 새겨져 있다. 최근 일본에서 들여온 보물급 도자다. 유명한 한학자이기도 한 우찬구 학고재 대표가 직접 뜻을 해석해 백자 뒤 벽면에 새겨놓았다. 학고재 제공18~19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표형문자입주병(瓢形文字入酒甁)'에는 술의 정취를 노래하면서도 탐욕이 과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절제의 미덕이 사방에 새겨져 있다. 최근 일본에서 들여온 보물급 도자다. 유명한 한학자이기도 한 우찬구 학고재 대표가 직접 뜻을 해석해 백자 뒤 벽면에 새겨놓았다. 학고재 제공"네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세기 3장 19절)


 학고재 '흙으로부터' 전시 전경. 곽인숙 기자 학고재 '흙으로부터' 전시 전경. 곽인숙 기자인류 보편의 기억이 퇴적된 물질로, 생성과 소멸을 담아내는 그릇. 뭉치면 기물이 되고, 쌓이면 건축이 되는 문명의 근간. '흙'은 우리 미술 안에서 어떻게 다뤄져 왔을까? 그 과정을 조망하는 전시 '흙으로부터'가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송현숙, 박영하, 이진용, 박광수, 로와정, 지근욱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환기의 '항아리' 아래에는 15~16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깊고 묵직한 '흑자편호(黑磁扁壺)'가 놓여 조형미를 이루어낸다.  

김환기의 '항아리' 아래에는 '흑자편호(黑磁扁壺)'가 놓여 있다.  곽인숙 기자김환기의 '항아리' 아래에는 '흑자편호(黑磁扁壺)'가 놓여 있다. 곽인숙 기자전통 한옥인 본관 전시장은 김환기, 송현숙, 박영하, 이진용 등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조선 도자와 함께 전시했다.

간장색이 스며든 기울어진 달항아리 옆에는 항아리를 그린 송현숙의 연작이 함께한다.

송현숙은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항아리, 고무신, 횃대, 말뚝, 명주실 등의 사물로 화폭에 담았다.

간장색이 스며든 기울어진 달항아리 옆에는 항아리를 그린 송현숙의 연작이 함께한다. 곽인숙 기자간장색이 스며든 기울어진 달항아리 옆에는 항아리를 그린 송현숙의 연작이 함께한다. 곽인숙 기자산골 마을에서 어머니와 누에를 기르고 명주 실을 뽑던 기억, 마당 빨랫줄에 걸린 눈부신 하얀 천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명주실과 흙바닥을 연상시키는 갈색이나 녹갈색, 때로는 심연을 떠올리는 검은색으로 채워진 배경이 강렬하다.

박영하의 작품은 호주 고대 원주민 미술에서 쓰였던 천연 안료를 사용한 회화다. 캔버스 위에 겹겹이 물감을 쌓아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표현했다. 작가는 부친인 '청록파' 박두진 시인이 화두로 던진 '내일의 너'를 주제로 수십 년째 추상화를 그리고 있다.

박영하의 '내일의 너(오른쪽)'와 분청자 초엽문편병. 곽인숙 기자박영하의 '내일의 너(오른쪽)'와 분청자 초엽문편병. 곽인숙 기자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흙빛을 그대로 보여주는 박영하의 작품과 분청사기(분청자 초엽문편병·粉靑瓷 草葉文扁甁)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흙과 흙의 조화를 이룬다.

이진용은 한 벽면 전체에 목판활자를 활용한 거대한 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이진용, '컨티뉴엄 연작(Continuum Series)', 혼합재료, 가변설치(2023-2025). 학고재 제공이진용, '컨티뉴엄 연작(Continuum Series)', 혼합재료, 가변설치(2023-2025). 학고재 제공이진용, '컨티뉴엄 연작(Continuum Series)', 혼합재료, 가변설치(2023-2025). 학고재 제공이진용, '컨티뉴엄 연작(Continuum Series)', 혼합재료, 가변설치(2023-2025). 학고재 제공본관에서 신관으로 이어지는 전시지만 두 공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신관은 1980년대생 세 작가의 전시로 채워졌다.

박광수는 하늘과 대지, 인간과 비인간, 시작과 끝의 경계가 흐려진 중간 세계를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땅과 화살' 연작 등을 선보인다.

박광수의 작품들이 학고재 신관에 전시돼 있다. 곽인숙 기자박광수의 작품들이 학고재 신관에 전시돼 있다. 곽인숙 기자듀오 작가 로와정(노윤희, 정현석)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이 흐르는 텅 빈 방에서 , 맞은 편 벽면에 작은 못을 박아 만든 작업을 선보였다. 못과 십자, 일자 나사를 통해 '3+1x2÷2-4'라는 수식을 표현한 작품은 가까이 가서야 보인다.

로와정, 'N', 못, 십자못, 일자못, 가변설치(2025). 곽인숙 기자로와정, 'N', 못, 십자못, 일자못, 가변설치(2025). 곽인숙 기자계산식의 값이 '0'인 이 작품 제목 'N'은 'Null(값없음)'을 은유한다. 물질주의의 세상에서 아무것도 수식하지 않으며 양과 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비어 있음(空)의 상태가 대지와 같다는 깨달음을 준다.

로와정의 작가노트. 곽인숙 기자 로와정의 작가노트. 곽인숙 기자 지근욱의 그림은 반복적인 선 긋기를 통해 무한히 확장하는 우주를 표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리사 학고재 기획팀장은 "무한한 정신의 세계를 품은 '흙'을 매개로 우리가 지닌 고유한 감성과 상상력을 되살리고 확장하는 장을 마련하기를 시도했다"고 했다.

지근욱의 작품들이 학고재 신관에 전시돼 있다. 곽인숙 기자지근욱의 작품들이 학고재 신관에 전시돼 있다. 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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