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이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올 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여자부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또 다시 새롭게 쓴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 9회 연속 우승을 저지한 라이벌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다시 최강의 입지를 확인했다.
김가영은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올 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스롱을 세트 스코어 4 대 2로 꺾었다.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4강전 1 대 3 패배를 되갚았다.
올 시즌 개막전 이후 3개 대회 만의 정상 탈환이다. 김가영은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까지 시즌 2관왕을 달성했다.
역대 PBA 최다인 16회 우승이다. 김가영은 여자부 다승 2위인 스롱의 9회, 남자부 1위인 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의 8회에 넉넉히 앞서 있다.
이번 대회까지 스롱은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지난 시즌 가정사로 불안했던 스롱은 절치부심, 올 시즌 2차와 3차 투어를 제패하며 다시금 김가영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듯했다. 지난 시즌 7회 연속 및 올 시즌 개막전까지 8회 연속 우승을 이룬 김가영을 2차 투어 4강전에서 꺾었고,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김가영이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고 스롱의 기세를 눌렀다. 김가영은 1세트부터 남자 선수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고난도 찍어치기(마세이)를 펼치며 기선을 제압했다. 3세트에는 난구를 정교한 앞돌리기로 풀어내는 등 9점을 몰아쳤고, 6세트에는 절묘한 되돌리기로 우승에 방점을 찍었다.
우승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가영. PBA 경기 후 스롱도 "김가영 언니가 더 탄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힘을 빼고 치면서 공을 컨트롤하는 느낌이 좋다"고 칭찬했다. 이어 "예전에는 힘으로 공을 때렸는데 정말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김가영은 "사실 이번 대회 출발이 별로 좋지 않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잠도 못 자고, 컨디션 조절을 열심히 하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옆에서 많은 분들 도와주셔서 최선을 다해 찾아가려는 과정이 잘 맞아서 좋은 결과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정상에 오를 만큼 노련함이 빛났다. 김가영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포지션 플레이에 초점을 맞춰서 훈련했다"면서 "불안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싶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었는데 대회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장타는 꽤 나왔다"고 자평했다.
이렇게 PBA 여자부를 평정한 여제의 심기를 건드린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팀 동료인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다. 김가영은 "초클루가 평소 야단도 많이 치는데 '스토로크가 좋지 않다'며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가는 말을 하더라"면서 "다른 여자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보고 공부하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도대체 무엇이 부족하다는 걸까. 김가영은 "초클루의 말을 듣고 진짜 열심히 다른 선수들의 동영상을 봤는데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알겠더라"고 인정했다. 이어 "내가 3뱅크 샷 확률이 여자 선수 중에 제일 떨어지는 축에 속하는데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을 꼭 집어서 얘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가영이 시즌 2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초클루(오른쪽) 등 하나카드 동료 및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PBA 이날 결승에서도 김가영은 뱅크 샷 확률이 10%에 머물렀지만 스롱은 41.9%에 이르렀다. 물론 김가영이 공격 성공률에서 54.9%로 45.9%의 스롱을 압도했지만 2점인 뱅크 샷의 확률을 높여야 할 과제가 생겼다. 김가영은 "경기 후 초클루가 훈련해야 한다면서 눈빛으로 혼내더라"면서 "그래서 훈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김가영 역시 초클루에게 지적을 한다. 김가영은 "기술에 대해서는 내가 초클루에게 얘기할 수 없지만 팀 리그를 할 때는 하기도 한다"면서 "초클루가 잘 치지만 남자 선수들은 워낙 이닝 평균 득점이 높아 지기도 하는데 '에이스면 이겨야지' 핀잔을 준다"고 웃었다. 이어 "비록 농담이지만 우리 둘이 든든하게 버텨줘야 팀원들이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는데 무너지면 팀이 위태로워지니 집중하자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팀 리그에서 하나카드는 1라운드 우승으로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PS) 진출권을 확보했다. 시즌 전체 성적에서도 1위를 달리며 2년 만의 PS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가영은 23승 9패, 승률 71.9%로 다승과 승률 전체 1위를 달린다. 초클루는 12승 6패, 승률 66.7%인데 장모상으로 2라운드를 뛰지 못했다.
남녀 선수의 실력 차이가 있긴 하지만 김가영이 충분히 초클루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하다. 과연 당구 여제가 동료의 일침을 받아들여 거의 유일한 약점인 뱅크 샷 성공률도 높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