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통일교 본부 수련원 외부 정문 앞 주차장에서 통일교 관계자들이 짐을 챙겨 들어가고 있다. 남성경 크리에이터통일교 현안 청탁 등을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김건희씨에게 건넨 당사자로 지목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출석요구에 연일 불응하고 있다. 두 번의 조사가 무산된 후 세 번째 소환장을 받아든 한 총재는 10일 경기 가평 통일교 본부에 국내외 통일교 간부와 임직원 수천명을 소집했다. 법조계에선 한 총재가 특검 수사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부모님 안위 기원"…여행가방 들고 모인 교인들
이날 오후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경기 가평 통일교 수련원(HJ천주천보수련원)의 외부 정문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이틀 전 돌연 소집된 '새 시대 새 역사 출발을 위한 천일국 지도자 특별정성'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였지만, 3~4시간 전부터 건장한 남성 여러 명이 정문 출입을 통제했다.
수련원 앞에서는 대형버스와 승합차가 끊임없이 오가며 사람을 수련원 내부로 실어나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개인 승용차 행렬도 줄을 이었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300~400대가 동시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이 차량으로 빈틈이 없었다.
참석자들은 캐리어 등 장기 숙박을 대비한 짐과 함께 수련원으로 올라갔다. 취재진이 정문에 서 만난 한 남성에게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느냐'고 묻자 "2주 동안 내부 행사가 있어서 출입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통일교 관계자가 수련원에 진입하는 차량들을 세워 손에 든 명단과 대조하고 있다. 남성경 크리에이터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내부 공문에 따르면 이번 집회는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총 13일간 열린다. 소집 공문에는 "천지인참부모님의 안위를 기원하는 정성을 모으고자 특별정성을 거행하고자 한다"며 "세계 천일국 지도자들께서는 참석 여부를 넘어, 한마음으로 정성을 함께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적혔다. '천지인참부모님'은 통일교 창시자인 고(故) 문선명 총재와 그의 배우자 한 총재를 뜻한다.
이날 통일교 수련원에 소집된 간부는 약 2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측은 '특검 수사와는 무관한 교단 지도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다. 교단 안팎에선 한 총재에 대한 특검 수사를 의식해 간부 등 관계자 수천명을 13일 동안이나 동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한학자 건강 나아지면 조사 응할 것"
통일교 한학자 총재. 연합뉴스
한 총재는 지난 8일과 11일 두 번에 걸친 특검의 출석 요구를 건강상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특검은 곧장 오는 15일 출석하라고 3차 소환장을 보냈다. 한 총재가 특검의 출석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한 총재가 3차 출석 요구에도 불응할 경우 특검이 체포영장 등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총재가 수천명의 신도를 가평에 모은 상황 속,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붙일 경우 특검과 통일교 양 측의 긴장 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특검은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한 총재가 특검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할 경우 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수사팀 안팎의 중론이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기거하는 천정궁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들어서자 보인다. 남성경 크리에이터다만 통일교 측은 CBS노컷뉴스에 "한 총재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특검 조사에 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공모해 김건희씨에게 수천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전달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한 총재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영상 입장문을 통해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