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강릉지역에 단비가 내리면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영래 기자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에 저수지 물이 얼마나 차 있는지 궁금해서 왔어요"
13일 오후 찾아간 강릉 오봉저수지.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도로 곳곳에는 평소와 달리 꽤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전날 오후부터 단비가 내리면서 강릉지역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저수지에 물이 얼마나 차 있는 지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직접 찾아왔기 때문이다.
차량에서 내린 시민들은 저수지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마치 관광지에 온 듯 휴대전화로 저수지의 현재 상황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주민 최모(70대)씨는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에 얼마나 물이 찼는 지 궁금해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며 "물이 좀 많이 차서 이제는 시민들의 불편이 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나왔는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고 전했다.
13일 강릉 오봉저수지 인근 말구리재 쉼터에서 저수지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 시민들. 전영래 기자오봉저수지 인근에 있는 말구리재 쉽터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남편과 함께 쉼터를 찾은 안모(여.50대. 교동)씨는 "지난 주에도 왔었는데 그때는 땅이 쩍쩍 갈라져 있었지만, 오늘은 그나마 물이 좀 찬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아파트에서는 단수가 이뤄지다 보니 모든 것이 너무 불편하다. 앞으로 한 200mm 이상 더 내려서 단수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이번 비는 시민들에게 정말 귀하고 소중한 '황금비'다. 이번 가뭄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것 같다"며 "어제 밤처럼 세찬 비가 하루나 이틀 정도 더 내렸으면 좋겠다. 기상청 강수 예보가 틀리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날 오후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오봉저수지를 찾는 차량들은 좀처럼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급수차량들이 운반급수 작업을 하면서 일반인들의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지만, 이날은 모든 운반급수를 중단하면서 통행이 자유롭게 이뤄졌다.
13일 오후 강릉 오봉저수지 일대에 단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이 다소 상승했지만, 여전히 물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영래 기자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내린 비는 속초 대포 172.5mm, 북강릉 127.8mm, 강릉 경포 112.5mm, 양양 111.5mm, 동해 54.2mm, 삼척 궁촌 37.5mm 등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오봉저수지 인근인 닭목재에 87.5mm를 비롯해 도마 81.5mm, 왕산 81mm 등으로 그동안 내렸던 '찔끔 비'와는 달리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강원지역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모두 해제된 가운데 동해안에는 이날 밤까지 5mm 미만의 강수를 보일 전망이다.
이번 비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오후 4시 30분 기준 14.0%로 전날 11.5%에 비해 2.5%p 상승했다. 이는 평년 저수율 71.4%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저수율이 상승한 것은 지난 7월 23일 이후 50여 일 만이다.
이날 내린 비가 저수지로 유입되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저수율은 더 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7일에도 강릉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민들은 더 많은 비가 내리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13일 강릉지역에 단비가 내리면서 그동안 말라있던 오봉저수지 상류 일원에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앞서 재대본은 전날에도 오봉저수지 고갈을 막기 위해 군과 소방, 민간 등 537대의 급수차량과 해경 함정 등을 투입해 3만 8300톤의 정수와 원수를 공급했다. 하지만 비가 예보되면서 이날은 운반급수를 중단했다.
강릉시와 아파트 제한급수 관계자들은 이날 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를 통해 저수조 100톤 이상 보유 아파트의 제한급수를 오전 6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하루 2차례, 각 3시간씩 통일해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개선된 제한급수 방식은 이날 오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김홍규 시장은 "오늘(13일) 오후부터 하루 두 차례, 동일한 시간대에 3시간씩 급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며 "앞으로도 전례 없는 가뭄 상황 속에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듣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시와 아파트 제한급수 관계자들은 13일 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아파트 제한급수 방식을 개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릉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