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기조가 정부출범 100일을 지나면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정상화 과정에서 각종 개혁작업에 일제히 속도감을 더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사안별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뭐가 위헌인가"…'내란규명'에 힘 싣고 검찰개혁도 역설
11일 100일 기자회견에 나선 이 대통령은 각종 현안 질문에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답변에 나섰다.
잘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른다거나, 아직 깊이 생각하지 않은 단계라며 털털하게 답하면서도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급격히 강도를 높여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12.3 내란사태에 대한 종식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협치와 관련한 질문에 "이번 정권교체는 내란 극복 과정과 동전의 양면"이라며 "내란이라고 하는 것은 나라의 근본에 관한 것이어서 쉽게 무마되거나, 덮어지거나,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요소가 못 된다"고 규정했다.
이어 "내란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물어서 다시 (내란을) 못 하게, 꿈도 못 꾸게 만드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라며 어떠한 야당의 카드도 내란 수사와는 맞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도 "위헌 얘기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위헌 논란을 일축하면서 "국민의 주권의지"를 근거로 강하게 설치 의지를 나타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예를 들어가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모습을 보였다.그는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 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악착같이 막아야 한다"며 검찰개혁은 '반드시 먹어야 할 장'에, 개혁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구더기'에 비유했다.
특히 "절대 고소하지 말라는 것이 제 변호사 30년의 철칙이었다. '절대로 고소하면 안 된다. 고소하면 경찰, 검찰의 손에 당신 운명을 맡기는 것'"이라며 "사건을 조작해서 지들 맘대로 막 뒤집어 놓는다. 결정문이 오면 법원에서 그대로 판결을 해 버린다"고 검찰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까지 하며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고수위 비판에도 속도·개혁내용에는 신중…"실효성이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이 같은 고수위 비판 논조에도 개혁 속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조절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엉뚱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를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자. 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정부 주도의, 전문가를 통한 세밀한 검토와 논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의 '필요성'과 '실제 대응'에 대한 '구분'은 언론개혁에 대해서도 나타났다. 그는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해서는 아들을 거론하며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이라고 여기기 어려울 수위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
"사실 저도 엄청나게 많이 당했다. 무려 우리 아들이 멀쩡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데 '화천대유에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아직도 직장을 못 얻고 있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아주 그냥 남의 인생을 망쳐놨다"고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대응 방식인 배상과 관련해서는 "배상액을 아주 크게 하자. 형사 처벌보다 돈으로 물어내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면서도 그 대상을 "아주 나쁜 목적으로, 악의를 가진" 경우로만 제한했다.
고의성과 관련해서도 "중대한 과실이더라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면 징벌 배상할 일은 아니다"라면서 예외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상 또한 기존의 언론에서 탈피, "언론만 타깃으로 하면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만들 수 있다"며 "요즘은 언론만이 아니라 유튜브를 하면서 일부러 가짜 뉴스로 관심을 끈 다음에 슈퍼챗 받고, 광고와 조회 수 올리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법원에서 재판 받으면서 방송하면 몇 천만 원씩 들어오는데, 이런 것을 가만히 놔둬야 하느냐"고 했다.
언론중재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을 통해 가짜뉴스 관련 행위를 폭 넓게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핵심사안에 대해서만 '어떻게 하겠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해당 현안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살 수 있다"며 "실용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사안마다 달리 접근해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