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12·3 비상계엄 전후로 내부 인사 전횡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군 안팎에선 정보사가 계엄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군인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정보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중인데, 특검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보사 공작' 총괄하던 900여단장, 돌연 직무 배제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특검은 최근 박민우 육군 2군단 부군단장(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며 그가 정보사에서 직무 배제된 경위를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박 준장은 지난해 6월까지 정보사 900여단장(현 100여단장)을 맡고 있었다. 900여단장은 정보사의 공작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었다.
박 준장 측 진술과 자료에 의하면 그가 900여단장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에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의 갈등이 있다.
박 준장은 지난해 1월부터 군의 휴민트(HUMINT)를 재건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른바 '광개토 사업'인데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며 차질 없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런데 문 전 사령관이 지난해 5월 광개토 사업에서 정보사 예비역 단체인 군사정보발전연구소를 제외하도록 지시하면서 박 준장과 충돌했다. 박 준장이 부당한 지시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문 전 사령관이 결재판을 던지며 언성을 높였다는 게 박 준장 측 설명이다.
문 전 사령관은 박 준장이 상관을 모욕했다며 신 전 장관에게 보직 해임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박 준장 관련 첩보가 상부에 보고되면서 결국 박 준장은 직무 배제 조치를 당했다.
신 전 장관은 문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인사 조치를 단행하려 했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 군 수뇌부가 바뀌면서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다.
표면상으로는 문상호와 갈등…이면엔 노상원 관여 의혹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연합뉴스박 준장은 특검 조사에서 이 같은 자신의 직무 배제 조치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가 근거로 제시한 정황 중 하나는 지난해 5월쯤 있었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의 통화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이 전화를 걸어 '조만간 나를 볼 일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박 준장 설명이다. 이에 박 준장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고, 그때부터 박 준장을 900여단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한 검찰도 노 전 사령관이 박 준장 배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6월 초 나에게 박 준장에 대한 뒷조사를 해서 상부에 보고하도록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즉, 노 전 사령관으로선 정보사 공작 요원을 계엄에 활용하려 했지만 지휘관인 박 준장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가 직무 배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박 준장 측 주장이다.
실제 노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위해 동원한 정보사 인원 중에는 100여단 2사업단장인 정성욱 대령이 있다. 정 대령 측은 노 전 사령관이 진급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계엄 협조를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박 준장이 직무 배제되는 과정에서 문 전 사령관과 상호 법적 대응을 벌이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군검찰은 최근 박 준장을 항명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문 전 사령관의 폭행·무고 등 혐의는 모두 불기소했다.
박 준장은 "군검찰의 편파적이고 부당한 기소와 그 불순한 의도를 특검 수사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계엄 세력에 의한 몰아내기 공작이라는 결론에 이르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당 인사 의혹도 제기…정보사 "관련 사실 없다"
군 안팎에선 박 준장뿐 아니라 정보사 내 다른 군인들 역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보사가 12·3 비상계엄 직후 계엄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장교들에 대해 보직을 해임하거나 야전 부대로의 전출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해외 공작관으로 파견된 장교들이 인사 조치 대상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보사는 지난해 11월 몽골에 영관급 요원을 보내 북측과 접촉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는 중이다. 정보사 측은 "정보망을 구축하고 기존 현지 정보원을 인수인계받기 위한 정상적인 공작"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같은 인사 조치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장교들은 인사 조치에 반발해 국방부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정보사의 인적 쇄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보사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해외 파견 중인 영관급 장교를 야전 부대로 전출시키기 위한 내부 심의를 진행하거나 육군본부에 이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소청심사가 접수된 건은 총 3건으로 현재 제출된 자료를 검토 중에 있다"며 "2건에 대해서는 형사 절차 진행 중으로 재판 경과를 확인한 후 인사소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