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작성한 구금일지.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내 구금시설에 7일간 구금되며 인권을 무시당하는 처참한 상황에 내몰린 사실이 근로자의 구금일지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김모 씨와 동료 근로자들은 오전 10시,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한 채 작업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단속에 직면했다.
ICE 요원들은 단 한마디의 설명도 없이 외국인체포 영장(warrant arrest for alien) 관련 서류를 나눠주며 빈칸을 채우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었다.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김씨는 "이 종이를 작성하면 풀려나는 줄 알고 종이를 제출했다"며 영어를 해석해가며 서류를 파악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이후 그들을 연행되었고, 양손에는 수갑이, 허리에는 쇠사슬이 채워졌다. "단기상용비자(B-1)로 왔으니 금방 풀려날 것이라 믿었다"는 김씨의 기대는 곧 악몽으로 바뀌었다.
구금시설로 향하는 길부터 고통이었다. 근로자들은 호송차에 탑승했지만 내부엔 지린내가 진동하는 변기가 있었고, 에어컨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구금시설도 인간의 존엄과는 거리가 멀었다.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내 구금시설에서는 70여 명이 한 방에 몰려 35개의 2층 침대에 서로 몸을 비집고 누웠고, 부족한 침대 탓에 누군가는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거나 침대 틀 위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곰팡이가 핀 메트리스, 냉방이 과도해 추운 방에서 첫날엔 생필품도 지급되지 않아 스스로 가져온 수건 2장을 덮은 채 떨며 버텨야 하는 밤이 이어졌다.
공용으로 쓰는 변기 4개와 소변기 2개가 있던 방은 하체를 겨우 덮는 천 하나가 있는 수준이었고, 개방된 샤워실로 인해 몸을 숨길 곳조차 없어 알몸을 드러내야 했다.
바깥과 완전히 차단된 수용실의 생활은 더욱 끔찍했다. 철제 가림막으로 막히고,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창문에서 밖을 볼 수 있는 곳은 칠이 떨어져 생긴 작은 틈 밖에 없었다. 식수조차 안전하지 않았다. 제공된 물에서는 냄새가 났고, 심지어 식수통 물에 거미가 떠다니는 것을 보고 구금시설 직원에게 이야기해도 돌아오는 것은 "물통에 거미가 있었다고? 그럼 너희 이 물 마시면 스파이더맨 되는 거야?"라는 조롱이었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7일간 구금된 근로자들 중 한 명인 A씨가 구금 과정에서 수갑과 쇠사슬을 찬 모습. 연합뉴스
조사 과정에서도 모욕은 이어졌다. ICE 요원들은 '자발적 출국 서류'에 서명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사우스 코리아냐"고 묻고는 이내 '노스 코리아', 김정은을 뜻하는 '로켓맨'이라며 비웃었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눈을 찢는 행위도 서슴없었다. 한 구금자는 "나를 장난감처럼 대하는 것 같았지만, 혹여나 불이익이 있을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구금일지에 기록했다고 언론에 전했다.
구금자는 ICE 요원들에게 "나는 적법한 비자로 들어와 정당하게 일했는데 왜 범죄자처럼 다뤄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나도 모르겠고 위에 사람들은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는 무책임한 말 뿐이었다.
결국 한국인 316명을 포함한 330명의 근로자들은 지난 11일 새벽, 애틀랜타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실려 구금시설을 떠났다.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을 타고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께 고국 땅을 밟았지만 그들이 겪은 굴욕과 공포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