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공앞으로 가맹점주는 과도한 위약금 부담 없이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된다. 그 동안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위약금 부담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맹 계약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점주들이 조금은 쉽게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패스트푸드 가맹점에서 가맹점주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가맹점주 권익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가맹점주분들은 가맹본부에 비해 협상력이 약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이와 같은 구조적 불균형은 가맹분야 불공정거래행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시정하는 것이 가맹점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며 "가맹점의 창업, 운영, 폐업 거래의 전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폐업 단계에서 계약해지권 보장 △운영 단계에서 점주 협상력 강화 △창업 단계에서 정보 비대칭 시정 등을 핵심으로 한다.
그동안 상법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모호한 조항 탓에 실제 활용이 어려웠다.
공정위 제공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법에 구체적인 계약해지권을 명문화해 한계 점주가 불가피하게 폐업할 경우 위약금 부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
계약해지권 보장은 업계·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엄격히 제한하되, 적법한 해지에도 위약금을 부과하는 경우 '부당한 손해배상의무 부과'로 간주해 제재한다.
또 가맹본부가 계약갱신 예정 사실을 반드시 점주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점주가 원할 경우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절차를 보완한다. 그동안에는 가맹 계약이 자동 갱신되는 바람에 이를 놓친 점주가 싫어도 가맹 계약을 이어가는 사례가 빈번했다.
아울러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정보 제공을 강화해, 최근 3년간 잔여 계약기간별 평균 영업위약금 부담액을 정보공개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계약 갱신을 앞둔 점주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서 원본 열람권도 부여한다.
운영 과정에서는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점주단체 등록제'를 신설한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 점주의 30% 이상이 참여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점주단체는 공정위에 등록해 공적 대표성을 확보하게 된다. 본부가 협의 요청을 거부하면 시정명령 등 제재를 받게 되며, 이 시정명령에도 불응 시 공정위가 고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협의 의무화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체별 협의 요청 횟수를 제한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거부를 허용하며, 동일 안건은 복수 단체와 일괄 협의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 제공창업 단계에서는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정보공개서 제도를 '사전심사제'에서 '공시제'로 바꾼다. 가맹본부는 등록기관 심사 없이 신속히 정보를 공시하되, 허위·오류 공시는 지자체와 공정위가 상시 점검해 적발 시 과태료를 강화한다.
공정위 홍형주 기업협력정책관은 "사전 심사 제도를 하다보니 심사에 80~90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등록돼 공개되는 시점에는 이미 철 지난 정보를 갖고 창업 희망자들이 창업 의사 결정을 해야 해 적시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각 회사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작성돼 온 정보공개서에도 일정한 체계를 잡기로 했다. 가맹점 생애주기(개점–운영–폐점) 순으로 재편되고, 재무현황·가맹점 수·평균 매출액·필수품목 현황 등을 담은 요약본이 추가된다. 중복되거나 창업 판단에 실익이 없는 항목은 삭제해 실효성을 높인다.
또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업체만 가맹본부 신규등록할 수 있게 한 현행 '1+1'제도를 업종 변경 시까지도 포함시켜 무경험 본부의 편법 진입을 막는다. 현행 제도 전에 가맹점을 열지 않고 정보공개서 등록만 유지해 온 탈법 사례들도 가맹점이 없으면 등록을 직권 취소하기로 했다.
숙고기간 제도도 합리화된다. 현재는 전문가 자문을 받으면 14일의 숙고기간을 7일로 단축할 수 있으나, 본부와 특수관계에 있는 전문가도 포함돼 제도 취지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본부와 무관한 변호사·가맹거래사 자문시에만 단축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불필요한 품목 강제 구입, 광고비 부당 전가, 점포환경 개선 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지난해 개정된 필수품목 제도(계약서에 공급가격 산정방식 기재, 거래조건 변경 시 협의 의무화 등)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도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현장 간담회에는 점주 5명과 업계·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점주들은 본부의 일방적 거래조건, 배달앱 수수료 등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자문위원장은 "공정하고 상생하는 가맹사업 생태계를 위해 빠른 시일 내 점주단체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하고, 필수품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측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점주단체 협상력 제고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본부와 점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 개선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오늘 현장에서 주신 의견을 법 집행과 정책 수립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며 "가맹점주 권익강화 대책 추진 과정에서 업계의 지지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