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종 육상경기장이었던 한밭종합운동장이 폐쇄된 후 육상훈련지로 쓰이고 있는 충남대 종합운동장. 박우경 기자"학교 운동장은 좁아서 기록 측정도 못해요. 넓은 경기장에서 마음껏 달리고 싶어요."
육상 필드종목 창던지기 선수로 활약 중인 동명중 박모(15)군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전 원도심 육상 꿈나무들이 훈련장을 잃은 지 3년째. 원도심 학생들의 공식 훈련지였던 한밭종합운동장이 폐쇄된 이후, 이들은 원거리 이동을 무릅쓰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육상 경기장을 찾아나선다.
주말이면 동명중 박군은 공식 주경기장인 충남대로 향한다. 그는 "학교 운동장은 좁고 기록 측정이 어렵다"며 "확실히 충남대에서 훈련하면 기존 60m에서 65m까지 기록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리'다. 동부권에서 충남대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린다. 학생들은 실전 경험을 위해 하루의 상당 시간을 '이동'에 쏟고있다. 일부 운동부 지도자들은 자차를 이용해 선수들을 충남대까지 실어나르고 있다.
일선 학교에도 운동장은 있지만, 한밭종합운동장처럼 공인 거리가 나오지 않고, 높이뛰기 등 기술종목 연습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일부 학생들과 지도자들은 급한대로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하지만, 미흡한 규격으로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은어송초 육상 운동부 지도자 A씨는 "대다수 학교 운동장이 공식 육상 경기 규격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우리 학교 육상 트랙은 코너가 급격히 꺾이는 설계를 해서 학생들이 발목 부상을 당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충남대 종합경기장은 대전시가 한밭종합운동장 폐쇄한 이후 대체 주경기장으로 활용하게 한 곳이다. 동부권은 대전대를 제외하고는 대회급 경기장이 부재하고, 학교 행사와 일정이 겹치면 사용도 쉽지 않다.
옥계초 육상 운동부 지도자 B씨는 "학교에서 충남대 종합경기장까지 국도로는 1시간, 고속도로 40분이 걸린다"며 "아이들이 학원 가는 시간도 있어, 도착해서 1시간도 운동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결국, 원도심 육상 꿈나무들의 '뛸 권리'는 현실의 벽 앞에 계속 가로막히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대전체육고가 위치한 유성구를 제외한 구별 초중고 육상 선수 인원은, 서구 64명(초35·중16·고8), 대덕구 38명(초22·중16), 동구 10명(초10), 중구 5명(중5) 순으로 나타났다.
대덕구와 동구, 중구를 합한 원도심 학생 선수들만 53명인데도 정작 제대로 훈련할 경기장은 없는 셈이다.
육상계 일각에서는 원도심 학생들의 육상 경쟁력 저하와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육상연맹 서칠만 전무이사는 "원도심 주경기장 부재는 학생들의 실전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역에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훌륭한 육상 인재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