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제공지난해 고의적 자해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각 나라의 연령 효과를 빼고 자살률을 계산해보면, 한국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의 2배를 훌쩍 넘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 8569명으로, 전년대비 6058명(1.7%) 증가했다.
남자 사망자 수는 19만 1738명으로 2817명(1.5%) 증가했고, 여자 사망자 수는 3241명(2.0%) 늘어난 16만 6831명이었다. 1일 평균 사망자 수는 980명으로 14명 증가했다.
사망자 수 및 조사망률 추이. 통계청 제공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를 보여주는 '조(粗)사망률'은 702.6명으로 13.3명(1.9%) 증가했다. 남자 사망률은 754.9명, 여자 사망률은 650.7명으로 각각 13.1명(1.8%), 13.6명(2.1%)씩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 중 54.1%를 차지해, 10년 전과 비교하면 15.3% 증가했다. 사망률 증가세와 함께, 이러한 변화는 고령화로 노인 인구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고령화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연령 구조를 표준화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294.6명으로 전년 대비 5.1명 감소했다.
연령별 5대 사망원인 사망률 및 구성비. 통계청 제공사망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10대 사망원인으로는 악성신생물(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고의적 자해(자살),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간 질환, 패혈증이 꼽혔다. 전년과 비교하면 9위 간 질환은 순위가 2개 올랐고, 10위 패혈증은 한 계단 내려갔다.
10대 사망원인으로 인해 숨진 이들이 전체 사망자의 66.7%를 차지한 가운데, 특히 암, 심장 질환, 폐렴 등 3대 사망원인의 비중은 42.6%였다.
가장 치명적인 암의 경우, 사망자의 24.8%가 암으로 사망했다. 암 사망률은 174.3명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이어 폐암(38.0명), 간암(20.4명), 대장암(19.0명), 췌장암(16.0명), 위암(14.1명) 순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 비교. 통계청 제공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 4872명으로 894명(6.4%) 증가했고, 사망률은 1.8명(6.6%) 늘어난 29.1명이었다. 사망자 수와 자살률 모두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둘 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4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이 경우 남자(41.8명)가 여자(16.6명)의 2.5배에 달했고, 증가폭도 남자(9.1%)가 여자(1.0%)보다 훨씬 컸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10.8명에 불과해 한국의 26.2명이 평균치의 두 배를 웃돌 뿐 아니라, 2위인 리투아니아의 18.0명과의 격차도 컸다.
주요 사망원인별 사망률 추이. 통계청 제공특히 고령화로 인해 노인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과거 뇌혈관 질환이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혔지만, 2018년부터는 고령층에 치명적인 폐렴이 3위권에 포함되고 있다.
10년 전보다 사망률이 증가한 사망원인을 살펴봐도 패혈증(207.2%), 알츠하이머병(176.4%), 폐렴(149.1%)이 두 배 이상 치솟았는데, 모두 고령층에 위험한 노인성질환들이다.
특히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상세불명 치매 등을 합한 치매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 4978명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고, 치매 사망률은 29.3명으로 1.5명(5.3%) 늘었다.
반면 호흡기 결핵(-41.6%), 운수사고(-39.8%), 만성 하기도 질환(-12.0%)은 10년 전보다 사망률이 감소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3208명으로 전년 대비 4234명(-56.9%) 감소했다. 특히 2022년에는 폐렴 대신 3위에 올랐던 코로나19는 2023년 10위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10대 사망원인 명단에서 사라졌다.
주요 사망원인별 시도 연령표준화 사망률. 통계청 제공지역마다 고령자 비중이 다른 점을 고려해, 지역 간 연령 구조를 표준화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시도별로 보면 전남(333.7명), 강원(324.6명), 충북(324.2명) 순으로 높고, 서울(254.7명), 세종(276.6명), 경기(279.8명) 순으로 낮았다.
이는 연령 효과를 제거하더라도 의료 인프라의 접근성이나 노동환경 등의 차이로 인해 대도시가 많은 지역의 사망률이 더 낮은 결과로 보인다.
사인별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높은 지역을 나눠보면 암은 경남(88.8명), 심장 질환은 부산(35.6명), 폐렴은 광주(26.3명), 뇌혈관 질환은 충북(22.7명), 고의적 자해(자살)는 제주(32.4명), 알츠하이머병은 경남(13.2명), 당뇨병은 울산(12.5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