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준 작가가 '샴페인 슈퍼노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 글로벌 아티스트 지드래곤(G-DRAGON)과의 협업을 통해 지드래곤의 홍채 정보를 기반으로 생성한 AI 영상과 그의 음원을 우주로 보내는데 성공한 미디어 아티스트 KAIST문화기술대학원 이진준 교수(51)의 개인전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를 서울 성북구 성북동 BB&M에서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Good Morning Mr. G-Dragon)'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출발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 5미터 크기의 대형 LED 패널에서 상영되는 영상 '샴페인 슈퍼노바'는 지드래곤 홍채를 비롯한 88개 홍채의 방사형 패턴을 추출한 후, 딥러닝 기반 고해상도 알고리즘으로 확장하고, AI(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빛과 색의 추상적 형상으로 구현한 작업이다.
생체 정보로서의 홍채가 아닌, 우주적 이미지로 확장된 존재이자, 빛의 흔적으로 남는다.
이진준,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 Single-channel 4K video(2025). BB&M 제공작가는 "인간의 가장 고유한 생체 정보를 데이터로 환원하고, 이를 우주를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로 변환해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이란 얼마나 유한하고 또 확장 가능한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몸 한 기관을 다른 감각 언어로 번역해 내는 것은 반투명한 몸의 기억을 ʻ공감각적으로 해부'하는 것이다. 홍채에 감춰진 미시의 주름과 미묘한 픽셀의 색조는 더 이상 침묵하는 표면이 아니다. 그것은 귀가 읽어 낼 수 있는 악보가 되고, 사적인 것은 추상화되어 익명의 울림으로 한 데 뒤엉킨다. 소리로 번역된 홍채는 더 이상 ʻ누구의 눈'이 아니다.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소리는 비인격적인 물성을 드러내며 개인성과 익명성은 동시에 공존한다. 돌아가는 내면의 우주는 잠시 외부로 호출되었다가 어느새 외부의 우주로 다시 사라질 뿐이다. AI 의 홍채는 이 턴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순간 다시 번역되어 들려온다. 매 회전마다 태어나는 소리와 침묵은 로그인한 자신과, 언젠가 로그아웃 할 운명을 동시에 발견하게 한다. 기억의 먼지는 우주의 공백을 품은 원점으로 회귀하고 질문의 궤적은 끊임없이 풍경으로 그려진다.
-작가 노트 중에서홍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오래 전 인도에서 만난 한 수행자가 자신의 홍채를 들여다보고 다리 왼쪽에 큰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맞췄다고 한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LP판에 입히고, 특수 제작된 턴테이블을 통해 이를 소리로 변환한 'Login Odyssey'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BB&M 제공이후 관련 논문을 찾아보다가 '홍채를 통해 인간 내면의 우주를 탐색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홍채 작업으로 확장됐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매끈한 원형 무대 위에 놓여 있고, 지구 크기가 된 AI는 잔혹할 만큼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우주의 기하학을 재배열한다. 복제 가능한 이미지의 속도 속에서 우리는 ʻ실재'를 상실하고 지각은 지체를 겪는다. 나의 기억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표준화된 이 기억은 이제 우리의 집단 기억으로 소환된다.
-작가 노트 중에서
글로벌 아티스트 지드래곤(G-DRAGON)과의 협업을 통해 지드래곤의 홍채 정보를 기반으로 생성한 AI 영상과 그의 음원을 우주로 보내는데 성공한 미디어 아티스트 KAIST문화기술대학원 이진준 교수의 개인전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를 서울 성북구 성북동 BB&M에서 18일까지 열린다. BB&M 제공싱글 채널 비디오와 VR(가상현실) 작품 'Mnemosyne Theate'는 르네상스 철학자 줄리오 카밀로의 '기억의 극장(Theatre of Memory)'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나레이션으로 삽입된 작가의 에세이를 기반으로 한다.
나레이션은 AI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해 구현해 낸 가상의 목소리로 담아냈다.
VR 속 거대한 홍채 렌즈는 세계를 투사하며 '보는 것인가, 보이는 것인가'라는 경계를 흔든다.
이진준, 'Login Odyssey' 시리즈 & 턴테이블 'Mnemosyne No.2' 'Mnemosyne No.2', Artist-customized turntable and speaker, computer, 38 x 45.5 x 76.5 cm(2023 – 2025). 'Login Odyssey No.3', Acrylic paint on scanned collage on vinyl LP, 30 x 30 x 0.2 cm (49.8 x 49.8 x 4.2 cm framed)(2025). 곽인숙 기자AI가 생성한 이미지를 LP판에 입히고, 특수 제작된 턴테이블을 통해 이를 소리로 변환한 'Login Odyssey'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시각과 청각이 교차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한다.
이진준, 'On Some Faraway Shore No.6', Acrylic paint on scanned collage on canvas, 145 x 112.4 x 3 cm (147 x 115 x 4.5 cm framed)(2025). BB&M 제공전시장 2층에선 작가가 첫 도전한 페인팅 작업도 선보인다.
'On Some Faraway Shore' 시리즈는 AI 이미지와 작가의 손길이 겹겹이 교차하며 인공적이면서도 생물학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에 관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AI가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 가운데 실제 기억과 맞닿은 요소만 골라내 종이에 인쇄한 뒤 오려 붙여 콜라주를 만들고, 다시 디지털로 스캔해 회화로 옮긴 다음 마지막 단계는 작가가 손수 붓질로 마무리했다.
가까이서 보면 붓질의 거친 질감과 프린트 과정에서 생긴 픽셀 자국이 남아 디지털 작업과의 공존이 느껴진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LP판에 입히고, 특수 제작된 턴테이블을 통해 이를 소리로 변환한 'Login Odyssey'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가까이서 보면 붓질의 거친 질감과 프린트 과정에서 생긴 픽셀 자국이 남아 디지털 작업과의 공존이 느껴진다. 곽인숙 기자한국인 최초 영국왕립예술학회 종신 석학 회원인 이진준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전임교수이자 아트엔테크놀로지센터 센터장으로 AI와 XR(확장형 증강현실), 데이터 기반의 미디어아트를 연구해왔으며, 급변하는 기술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며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2025 성남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경기도 성남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숲 미디어 아트 공연 '시네 포레스트 : 동화(動花)'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진준,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2025). BB&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