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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갈량도 못 버텼는데…' 감독들의 무덤에서 키움 신임 사령탑은 어떻게 생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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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이 2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임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이 2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임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감독 대행 꼬리표를 떼고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된 설종진 감독(52). 올해 전반기 직후 보직 해임된 동갑내기 홍원기 감독의 뒤를 이어 후반기부터 1군 지휘봉을 잡아 팀의 안정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설 감독은 2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이날 행사에는 위재민 구단 대표이사와 키움증권 엄주성 대표이사가 참석해 꽃다발을 전했고, 선수단을 대표해 송성문, 안우진, 김건희, 정현우 등이 기념 배트 등을 선물했다.

키움은 전반기 최하위에 머문 책임을 물어 홍 감독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 코치까지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 통상 감독 경질 뒤 수석 코치가 대행을 맡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단장, 수석 코치까지 동반 해임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전반기 키움은 27승 3무 61패, 승률 3할7리에 머물렀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등 주축 타자들이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2명을 쓰는 모험을 단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탓이 컸다.

설 감독이 후반기부터 감독 대행을 맡았다. 키움은 여전히 승률 3할4푼1리(47승 91패 4무) 최하위지만 8월 승률 4할6푼2리, 9월 승률 4할6푼7리로 나름 분위기를 바꿨다.

키움은 설 감독과 전날 2년 총액 6억 원에 정식 계약했다. 연봉과 계약금 2억 원씩이다.

설 감독은 취임 기자 회견에서 "감독이 돼서 상당히 영광이고, 책임감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서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통해 2년 안에 4강에 들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알겠지만 초보 감독이라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상의도 하면서 잘 이끌어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가운데)이 2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가운데)이 2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사실 설 감독은 현역 시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신일고-중앙대 출신인 설 감독은 1996년 2차 2라운드 11순위로 현대에 입단했다. 1996년 9경기 출전해 8타수 1안타 1타점 1도루 1볼넷을 기록했고, 1997년부터는 통산 5경기 등판해 4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설 감독은 "대학 때 부상을 많이 당해 프로에서 제대로 선수 생활 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누구보다 히어로즈 구단을 잘 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설 감독은 "2008년 히어로즈 창단부터 1군 매니저로 함께 했다"면서 "구단의 매뉴얼과 문화를 알고 있고, 선수들이 보여줬던 뛰는 야구와 잘 움직였던 부분이 (감독 선임에) 높은 점수를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알려진 대로 히어로즈 구단은 모기업 없이 후원사의 지원, 관중 수입 등에 의존해 운영된다. 위기에 처한 현대 구단을 인수할 때부터 걱정을 불렀는데  우리담배, 넥센 타이어, 키움증권 등이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이장석 전 구단 대표의 구단 운영이 비판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횡령죄가 확정돼 징역 3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앞서 23건의 선수 트레이드에서 131억 원의 뒷돈 거래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영구 실격과 구단 경영 개입 금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구단 최대 주주인 이 전 대표가 실질적으로 구단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홍 감독 등 키움의 전반기 직후 인사에 대해 "수년째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의 행보를 규탄하며 선수와 팬을 실망시키고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그만둘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질타했다.

또 선수협은 "키움은 비상식적인 인사 단행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특정인에 의한 기형적 인사 의혹과 낙하산 채용 비리 의혹 등 종류도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비판이다.

수십억 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돼 KBO에서 영구 제명된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 박종민 기자수십억 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돼 KBO에서 영구 제명된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 박종민 기자
키움은 넥센 시절인 2014년 한국 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당시 무명 선수 경력을 딛고 준우승을 이끈 염경엽 전 감독(현 LG 감독)은 '염갈량'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염 전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 대한 이 전 대표의 간섭을 폭로하면서 2016년 LG와 준플레이오프 패배 뒤 전격 사퇴했다.

이후 히어로즈 구단은 장정석, 손혁 감독 등을 선임했다. 그러나 가을 야구 진출 등 성과에도 이들은 예상치 못하게 씁쓸하게 팀을 떠나야 했다. 특히 손 감독(현 한화 단장)은 2019년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거두고 2020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 중 사실상 경질됐다. 홍 감독도 4년 반 동안 팀을 이끌었지만 서슬 푸른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사실상 수렴청정(?)의 상황에 대해 설 감독은 즉답을 피했다. 설 감독은 "코칭스태프, 분석팀과 협의하면서 이기는 야구로 이끌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설 감독은 해임된 홍 전 감독에 대해 "시즌 중에도 가끔씩 전화 와서 '소신 있게 내 색깔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줬고, (구단의 인사 이후) '마무리를 좀 잘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는데 이제 전화를 한번 드리겠다"고 했다.

키움 설종진 감독(가운데)이 임지열 등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키움 설종진 감독(가운데)이 임지열 등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키움을 떠났던 염 전 감독은 이후 SK(현 SSG) 단장과 감독을 거쳐 2023년 LG의 우승을 이끄는 등 명장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손 전 감독도 한화 단장으로 올 시즌 가을 야구 진출 등 돌풍을 이끌고 있다. 설 감독도 무명의 설움을 딛고 야구 인생을 꽃피울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키움의 쉽지 않은 현실을 극복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설 감독은 "박병호(현 삼성), 강정호, 유한준, 이택근, 서건창(현 KIA) 등이 있던 2014년이 창단 이후 가장 좋았다"면서 "한국 시리즈에도 갔는데 이를 재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기 2년 안에 가을 야구 진출을 목표로 내건 설 감독. 과연 '감독들의 무덤'인 키움에서 또 다시 무명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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