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 제공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탓에 쏟아진 경북도내 폐교가 미래 교육과 지역의 발전 자산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3일 경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1982년 이후 올 3월까지 경북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총 732교다. 이 중 495교는 매각 등으로 처분됐다.
도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237교인데 이 중 76교는 교육용 시설로 자체 활용 중이다. 103교는 지자체 또는 지역 주민 등에게 임대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용처를 찾지 못한 미활용 폐교도 58교에 이른다. 폐교는 방치가 계속되면 건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가 생기고 우범 지역화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
이에 도교육청은 미활용 폐교 활용 방향을 △교육청 자체 활용 △지역 사회와 협력 △지속 가능한 활용 모델 구축 등 세 갈래로 설정했다.
경주안전체험관. 도교육청 제공골칫덩이에서 미래 교육의 산실로
경주에 있는 안강북부초등학교는 경북 동남권의 종합형 안전체험관으로 거듭났다.
2022년 문을 연 경주안전체험관은 재난안전, 응급처치 등 25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연간 2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대규모 교육 시설 건립에도 폐교 부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산시 남산면에 있는 옛 남산초등학교삼성분교장은 올해 3월 경북온라인학교로 재탄생했다.
상주 교사가 8명인 소규모 운영체제이지만 1학기 강좌 수요 조사에서 1000명이 넘는 학생이 강좌를 신청하는 등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의 온라인 교육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구미 산동 임봉초등학교에는 (가칭)경상북도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이 설립된다. 유아와 교원,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해 2027년 개원한다.
보현산 녹색체험터. 도교육청 제공버려진 공간에서 희망의 터전으로
폐교가 지역 발전과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2007년 폐교된 김천 어모초등학교는 김천시와 대부계약을 체결해 2008년부터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중증장애인 자립지원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운동장에는 '나눔의 숲'을 조성해 산책로를 만들어 지역 사회에 열린 공간으로 조성했다.
1995년 문을 닫은 안동 화남초등학교는 2020년부터 한국농림시스템이 대부를 받아 농업기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제성 있는 퇴치 장비 개발과 보급을 통해 농가 피해를 줄이고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면서 지역 농업 발전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폐교된 영천 자천중학교는 영천시가 매입해 '보현산 녹색체험터'로 재탄생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체험관과 디지털 추억교실 등을 조성해 지역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9년 폐교된 칠곡 기산초등학교는 2001년 경북과학대학교가 운영 주체가 돼 '전통문화예술체험학교'를 열었다.
이곳은 대구U대회 한국문화 체험 코스로 지정됐고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학교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전통문화 확산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경주 의곡초등학교 일부분교장. 도교육청 제공폐교, 지역의 새 거점 되다
도교육청은 폐교를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거점으로 되살리기 위한 '폐교 활용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폐교를 지역 주민단체가 소득 증대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로 활용할 경우 무상으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영양군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는 신암리마을회가 중심이 돼 특용작물 재배장과 공동체육시설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동해안 어촌마을 이가리의 이가리마을회는 폐교된 이가초등학교를 어촌 체험교육 공간으로 전환한다. 낚시·해산물 채취·해양 생태 교육 등을 운영하면서 방문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경주시 산내면의 산내일부곤달비 마을회는 의곡초 일부분교장을 유정란 생산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이 협력해 생산과 유통을 함께 하며 공동 소득 기반 구축과 지역 농업 자립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폐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곧 교육과 지역이 상생하는 길"이라며 "교육청은 공간을 제공하고, 마을은 생명을 불어넣는 상생의 모델이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