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9시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이창준 기자"차례를 지내는 집이 이제 많이 없어요. 심지어 제주도조차도요."
역대 최장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9시 제주시민속오일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상인 고은주(40대) 씨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날 시장은 아침 일찍부터 인파로 붐볐지만, 정작 방문객들의 지갑은 잘 열리지 않았다. 대부분 단순히 구경하거나 군것질을 하고, 차례 음식 재료도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입하는 모습이었다.
고 씨는 달라진 차례 문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보다 장사가 잘 안 된다. 차례를 안 지내는 분위기"라며 "선물도 과일 같은 신선식품보다는 가공식품이나 상품권이 더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서 방문객이 과일을 구입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상인들은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야채가게 상인 백추자(85) 어르신은 "원래 이 시간이면 사람들이 와글와글 해야 한다. 길이 다 막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추석 명절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방문객들은 물가 부담을 호소했다. 지인과 함께 시장 구경 나온 강미주(60대) 씨는 "솔직히 물가가 너무 비싸다. 채소값이 너무 올랐다"며 "차례는 지내는데 부담돼 저렴한 마트에서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부의 민생회복지원금 덕분에 부담을 덜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순임(77) 어르신은 "물가가 비싸서 배 같은 거 몇 개 줄였다"며 "그래도 소비쿠폰 덕에 장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서 방문객이 야채를 구입하는 모습. 이창준 기자지난달 9일 제주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추석 명절 물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도내 추석 차례상 비용(4인 기준)은 32만1400원으로 지난해 31만4200원보다 2.3%(7200원)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해 대비 가격 상승률은 대파가 66.7%로 가장 크게 올랐으며, 이어 대추(40.8%), 돼지고기(26.7%), 송편(25.4%), 도라지(25%) 순으로 높게 조사됐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이창준 기자사과와 배 등 과일류 6개 품목을 구매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10만1600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추와 곶감은 가격이 올랐지만, 사과와 배는 가격이 오르거나 지난해와 비슷하다.
나물채소류 8개 품목의 경우 지난해보다 3.4% 상승한 6만1300원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며 육고기와 달걀, 해산물류 7개 품목은 지난해보다 2.8% 오른 12만2200원이다.
밀가루 등 가공식품류 5개 품목은 지난해보다 3.7% 오른 3만600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