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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치유와 확장…정희승 개인전 '윌더(Wi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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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바톤 11월 1일까지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정희승, '무제 (<윌더>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설치 크기 221 x 168 x 5 cm, 2개 패널, 각 221 x 83.5 x 5 cm(2025). 갤러리바톤 제공정희승, '무제 (<윌더>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설치 크기 221 x 168 x 5 cm, 2개 패널, 각 221 x 83.5 x 5 cm(2025). 갤러리바톤 제공사진작가 정희승(51)의 개인전 '윌더(Wilder)'가 11월 7일까지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린다.

지난 17년동안 사진 매체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의 신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윌더'는 '길을 잃다'는 의미로 이번 전시에 새로 선보인 연작의 제목이다.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지난해와 올해초 제주도의 숲을 산책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작품에 담아냈다.

"궁극적으로 사진은 겁을 주거나 반발하거나 심지어 낙인을 찍을 때
전복적인 것이 아니라 사색하고 생각할 때 전복적인 것입니다."
-롤랑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가 수시로 떠 올렸다고 하는 이 문장은 풍경과 거기에 깃든 생명들에게 향한 작가의 시선을 잘 대변한다.

사진작가 정희승(51)의 개인전 '윌더(Wilder)'가 11월 7일까지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린다. 갤러리바톤 제공사진작가 정희승(51)의 개인전 '윌더(Wilder)'가 11월 7일까지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린다. 갤러리바톤 제공
이번 전시는 우연적인 존재들과의 조우(遭遇) 가운데 관객이 스스로 길을 잃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도록 구성됐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과연 사진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금 던진다.

"'윌더' 같은 경우는 주름 상자가 달린 카메라로 포커스가 맞는 범위 같은 거를 정교하게 조절하면서 촬영을 했거든요. 그래서 어떤 예를 들어 저런 물웅덩이 이미지 같은 경우는 맨 앞부터 제일 맨 뒤에까지 포커스가 다 맞아 있어요. 그리고 어떤 숲의 이미지 같은 경우도 멀리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건 포커스가 맞았는데 중간에 서 있는 나무는 포커스가 안 맞고 막 이런 것들이 이제 막 좀 섞여 있거든요. 그래서 숲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한 1년 정도가 걸렸죠. "

정희승 작가 카메라의 모습. 갤러리바톤 제공정희승 작가 카메라의 모습. 갤러리바톤 제공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자 이번에는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문제였다.

흐렸다, 맑았다, 비왔다, 눈왔다를 반복하는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보며,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나니까 오히려 자유로워졌다는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저도 되게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 전시가, 그리고 이 제주도에서의 작업이 저한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좀 전환점이 되는 작업이었고 또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가지고 계속 갈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작업이기도 했어요."

'윌더' 시리즈는 2m 높이로 인화한 뒤 하나의 이미지를 잘라 두 개의 패널에 나눠 붙이고, 패널 간 1㎝ 간격을 둬 관람객이 그 사이에서 길을 잃는 듯한 체험을 하도록 했다.

이미지를 분할하면서도 하나의 완성된 작업으로 연결하는 이 형식은, 몰입과 단절이 공존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정희승, 'Landless', 싱글 채널 비디오, 11분 20초(2025). 갤러리바톤 제공정희승, 'Landless', 싱글 채널 비디오, 11분 20초(2025). 갤러리바톤 제공11분짜리 원테이크 영상인 'Landless'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배 한 척과 구름, 바다, 사람들 주변의 무수한 움직임을 고요히 응시한 작품으로 사진과 영상의 중간 지점에 놓여있다.

우연히 찍게 된 영상과 그에 맞춘 즉흥 연주는 이질적인 평행을 이루며, 자연이라는 어원에 깃든 자유로운 세계의 한 단면을 잠시나마 경험하게 한다. 먼 바다를 보며 머리를 비워내기 딱 좋은 영상이다.

11분짜리 원테이크 영상인 'Landless'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배 한 척과 구름, 바다, 사람들 주변의 무수한 움직임을 고요히 응시한 작품으로 사진과 영상의 중간 지점에 놓여있다. 곽인숙 기자11분짜리 원테이크 영상인 'Landless'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배 한 척과 구름, 바다, 사람들 주변의 무수한 움직임을 고요히 응시한 작품으로 사진과 영상의 중간 지점에 놓여있다. 곽인숙 기자결국 정희승은 이미지가 지시체로서의 해석을 탈피해 끝없이 변화하는 존재들의 집합임을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정희승, '무제 ('멀리서 너무 가까이'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6 x 57 cm, 78 x 58.5 x 4 cm framed(2025). 갤러리바톤 제공정희승, '무제 ('멀리서 너무 가까이'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6 x 57 cm, 78 x 58.5 x 4 cm framed(2025). 갤러리바톤 제공제주도 화조원에서 본 동물 시리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파란색의 깃털을 가진 새의 뒷모습. 이제는 늙어 윤기없고 숭숭 빠진 그 모습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동선상의 가장 마지막에 전시된, 딱 뒤돌아봤을 때 마주치는 작품은 알파카의 귀여운 얼굴이다.

정희승, '무제 ('멀리서 너무 가까이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2 x 54 cm, 74 x 56 x 4 cm framed(2024). 갤러리바톤 제공정희승, '무제 ('멀리서 너무 가까이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2 x 54 cm, 74 x 56 x 4 cm framed(2024). 갤러리바톤 제공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정희승은 2012년 제11회 다음작가상, 2011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사진계를 이끄는 주요 작가로 자리 잡았다.

정희승, '무제 (<멀리서 너무 가까이>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68 x 102 cm 70 x 103 x 4 cm framed(2025). 갤러리바톤 제공정희승, '무제 (<멀리서 너무 가까이> 연작)',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68 x 102 cm 70 x 103 x 4 cm framed(2025). 갤러리바톤 제공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어 사진과 글, 음악이 긴밀하게 혼합된 설치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고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계속해 왔다.

"겨울에 제주도에 다시 가서 좀 마무리를 지으려고요. 그러니까 이제 조금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겠어요. 이번에 가서 한 두 달 정도 있으면서 좀 충분히 더 좋은 이미지를 좀 만들고 나면은 그 다음에는 좀 다른 곳을 가고 싶어요. "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정희승은 2012년 제11회 다음작가상, 2011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사진계를 이끄는 주요 작가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바톤 제공, 촬영: 유영진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정희승은 2012년 제11회 다음작가상, 2011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사진계를 이끄는 주요 작가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바톤 제공, 촬영: 유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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