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체포적부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지 50시간 만에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장 측이 공소시효가 6개월이 아닌 10년이기에 공소시효가 임박해 체포의 긴급성이 있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법 적용이 가변적이라 일반 선거법 공소시효인 6개월 안에 혐의 유무에 대한 조사를 마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전 위원장의 변호인 임무영 변호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있었던 체포적부심사청구 심문 과정에서 저희는 검찰 측으로부터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가 12월 3일에 완성돼 시기가 촉박했기 때문에 체포의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을 처음 들었다"며 "경찰과 검찰의 이 주장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의 일반적인 공소시효는 6개월이고,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공범 혹은 참고인을 도주시킨 경우에 3년으로 연장된다고 규정한다"며 "(그런데)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법을 위반한 행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라고 규정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은 이 위원(이 전 위원장)의 행위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행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 아닌 10년이고, 따라서 아직도 적어도 9년 6개월 이상의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 경찰과 검찰이 주장한 것과 같은 시기적 긴급성은 전혀 인정되지 않는 것"이라며 "도대체 이런 정도의 기본적인 법률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그걸 청구하는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공직선거법은 동일한 행위에도 범행의 주체, 목적, 행위양태 등에 따라 의율죄명이 달라진다"며 "'직무관련성 또는 직위 이용'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하므로 6개월 이내 혐의유무를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공무원의 선거관여금지 등의 혐의(공소시효 10년)으로 수사하다 일반적인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일반선거 운동위반(공소시효 6월)으로도 공소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9~10월 직무정지 상태였던 이 전 위원장이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4곳에 출연해 "보수 여전사 참 감사한 말씀",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특정 정당을 겨냥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전 위원장이 올해 3~4월 대선·보궐선거 국면에서 SNS와 국회 발언 등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과 이재명 대표의 직무유기 현행범", "민주당이 저를 탄핵시켰다" 등의 주장을 해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위원장 측은 해당 발언들은 2인 체제 방통위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일 뿐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었다며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이 6차례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 측은 경찰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고, 이날 오후 3시 남부지법에서 체포적부심사가 진행됐다. 법원은 약 1시간 동안 심문을 진행했고, 심문 종료 약 2시간만에 인용 결정을 내놨다.
서울남부지법 김동현 부장판사(영장당직)는 전날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이 전 위원장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위원장은 구금된 지 50시간 만에 석방됐다.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두 차례 조사를 마친 경찰은 향후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불구속 조사를 추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적부심이 인용된 상황 속 경찰이 재차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체포나 구속 등 강제수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