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리창 총리, 러시아 메드베데프 안보회의 부의장, 베트남 또 럼 당 총비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대회가 개최됐다.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베트남과 라오스 등 아세안 국가를 상대로도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경축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주석단 배치를 보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가장 상석인 오른 쪽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앉았고, 왼쪽에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자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또 럼 베트남 서기장의 오른 편에 앉았다.
김 위원장으로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대표가 각각 자리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의 순서로 주석단 좌석이 배치된 것이다.
이런 좌석 배열은 아무래도 베트남에 대한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만이 아니라 향후 경제협력 등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을 상대로 한 적극적 외교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보다 공고히 하고 새로운 높이에서 발전시키려는 베트남 당과 정부, 인민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되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 5월 1일경기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조선로동당 만세'가 끝난 뒤 엄지를 치켜들며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7일에는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통룬 시술릿 라오스 주석은 8일 귀국해 그 다음날 경축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북한이 대북제제를 어기고 개발한 각종 무기들을 선보인 무장장비전시회를 참관한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지난 달 초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은 뒤 한 달 만에 이날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인 리창 총리를 접견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리창 총리와의 접견에서 "북중 관계는 견고해서 깰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한반도 및 지역 정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이달 말 경주 APEC에서 전개될 미중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 등 대형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양국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접견했다는 보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이 이날 러시아 예술단의 경축공연을 관람하고 직접 무대에 올라 사의를 표하는 등 러시아를 배려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특히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함께 방북한 블라디미르 야쿠셰프 통합러시아당 사무총장이 북한의 리히용 비서와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성명에는 "통합 러시아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부가 나라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확고한 지지를 표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러시아의 집권 여당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경축대회 연설에서 북한 인민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대내 메시지에 주력하면서도 과거 "제국주의연합세력의 반사회주의 책동에 경력한 저지선을 조성하고 세계 진보역량의 연대연합에 적극적인 기여를 했다"며 국제 진영에서 차지하는 북한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는 우리 당과 정부의 견결한 원칙성과 과감 무쌍한 대응은 전쟁과 패권을 반대하는 진보진영의 장성을 강력히 촉진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역량의 충실한 일원,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연설과 관련해 "주된 내용은 대내외 성과를 자찬하고 특히 인민을 강조하면서 '인내'와 '지지' 등 당정 간부의 분발과 주민들의 지지를 호소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대외 메시지는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