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연합뉴스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그가 그룹 사령탑을 맡은 뒤 자동차 업계에는 코로나19 펜데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통상 갈등 등 연속적인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나,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정 회장 취임 전 대비 5배 가까이 '점프'했다.
이 기간 현대차그룹은 일본의 토요타, 독일의 폭스바겐과 함께 글로벌 판매량 기준 3강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과와 맞물려 정 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받는 가운데 그는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9년 5조 6152억 원에서 지난해 26조 9067억 원으로 증가폭은 380%, 5배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액도 163조 8924억 원에서 282조 6800억 원으로 73%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부터 작년까지 최대치를 3년 연속 경신 중이다.
호실적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의 존재감도 '톱티어급'으로 커졌다. 2019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순위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2022년 토요타, 폭스바겐과 경쟁하는 톱3 업체로 거듭난 뒤 3년 연속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세계 시장 판매량은 723만여대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실적 추이. 현대차그룹 제공특히 현대차·기아는 미국발 관세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한 올해 상반기 13조 86억 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처음 글로벌 시장 2위로 도약했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을 2배 넘게 웃돌았다.
특히 전동화 전환기인 만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종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고무적인 포인트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9년 37만여대에서 작년 141만여대로 4배 가량 증가했다. 2019년 138만여대에 머물렀던 친환경차 누적 판매대수는 올해 상반기 700만대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포함) 인도량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1300여대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차량 라인업 확대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확대를 위한 혼류 생산 시스템 가동 등 친환경차 체제로의 체질 전환이 전략적으로 빠르게 이뤄진 결과라는 평가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도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브랜드 출범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제네시스는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 등을 인정받으며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글로벌 판매량은 2019년 7만 7135대에서 지난해 22만 9532대로 크게 늘었다.
미국 유명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그룹의 성과를 주목하며 정 회장을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로 올해 선정해 창간 100주년 기념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수상 소감으로 "혁신은 인류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진보는 사람의 삶을 향상시킬 때 의미가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고객 중심 설루션을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를 위한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3천억 원을 투입해 차세대 제품 개발, 핵심 신기술 선점,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가속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래 산업은 '로보틱스'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로보틱스랩을 신설한 데 이어 2021년 세계적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로보틱스를 모빌리티 산업 밸류체인에 선제적으로 편입시키며 고객의 이동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며,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주력 제품군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로봇 '스팟', 물류용 로봇 '스트레치' 등의 생산도 추진 중이다.
지상에서 하늘로 이동의 경계를 확장하는 AAM 사업 도전도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AAM 전담 법인 슈퍼널을 설립해 최근까지 미래항공 교통분야 기술개발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