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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쌍둥이', '본질'로 만나다…신혜경·홍미희 2인전 'Halluc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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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아갤러리에서 11월 15일까지
평면·입체를 넘나드는 실험적 회화 선보여
현실과 비현실, 관념과 물질의 경계를 탐색하며
'환영(幻影)'의 본질적 의미를 질문
김리아갤러리 만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어울림'으로 스며들어

신혜경, '특이점',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163x131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신혜경, '특이점',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163x131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
"저희 작품이 되게 다른데 그 안에, 정말 본질적인 거, 그 다음에 그런 나와의 관계 그리고 작품 안에서 그 이야깃거리들이 되게 같은 결인 거예요."(홍미희 작가)

"너무 놀랐어요. 이렇게 약간 영혼의 쌍둥이같이 본질이 같은, 예를 들면 삶에 대한 태도, 가치도 많이 비슷한데 표현 방식이나 이런 것들은 또 굉장히 다르거든요. 그런데 본질이 같으니까 또 그거를 사람들이 느끼는 것도 맞아요. 신기해요. 저는 홍 작가랑 이렇게 같이 해서 너무 좋아요. "(신혜경 작가)

"저는 원래 과학자처럼 작업도 미술하는 작가들도 연구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실험하고 계속 새로운 거를 도출해내고,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선생님도 그러신 거예요. 현실에 안주하고 지금 그렸던 작품이 인기가 많아서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서 저는 정말 잘 만났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홍미희 작가)

"항상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나의 가치의 문을 열면서 그것이 어떤 거든 그런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작가로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확신을 얻게 돼서 이번 전시가 좀 특별해요. "(신혜경 작가)


20년이 넘는 나이차와 작품의 표현 방식 등을 뛰어 넘어 두 여성작가가 만났다.

김리아갤러리 김세정 대표의 주선으로 신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난 두 작가는 6시간이 넘는 첫 만남을 가졌다.

작품마다 개성이 뚜렷한, 굉장히 자유로운 색채의 드로잉인 신 작가의 작품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하고 딱 떨어지는 반입체적 저부조 회화로 구현된 홍 작가의 작품.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조형적인 언어는 매우 다르지만 두 작가의 작품은 참 조화롭다.

김리아갤러리 만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두 작가의 작품은 '어울림'으로 스며든다.

신혜경·홍미희 2인전 'Hallucination(환영)'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1월 15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 'Hallucination(환영)'은, 감각의 진실이 흔들리는 지점을 은유한다. 단순한 착시나 오류가 아니라,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며 매혹과 위험, 창조성과 파괴의 긴장이 공존하는 장이다.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환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환영의 양가성(兩價性)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믿어온 '현실'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신혜경, '무제(Untitled)',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73×61cm(2024). 곽인숙 기자신혜경, '무제(Untitled)',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73×61cm(2024). 곽인숙 기자
신혜경(64)은 일상의 파편과 보이지 않는 진동, 양자적 가능성을 채집해 감각과 기억의 또 다른 생태계를 구축한다. 그녀가 말하는 '특이점'은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임계점이며,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이 솟아나는 전환의 지점이다.

이는 AI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환각적 오류(Hallucination)와도 닮아 있다. 기계가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현실의 빈틈을 상상으로 메우듯, 그녀의 회화는 알 수 없음의 절망을 넘어 새로운 패턴과 서사를 생성한다.

이미지·데이터·기억이 층층이 쌓여 또 다른 차원의 풍경을 열어가는 회화는, 몰입과 도전의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불러일으킨다.

신혜경, 'Golden Gate(황금 문)',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110×62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신혜경, 'Golden Gate(황금 문)',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110×62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
노란색 캔버스 안에 구름으로 보이는 무언가의 형상이 자리잡고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작품명은 'Golden Gate(황금 문)'. 20대부터 매일 빠지지 않고 명상을 해온 작가가 명상 때 보여지는 문이라고 한다.

"저 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돼요. 그럼 거기서 많은 답을 얻을 수 있어요.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의식 속에 들어가서 자기를 많이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눈만 감고 들어만 가면 돼요. 걱정 안 하고 들어가면 돼요. 정말 선한 의지로 가득해요.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 성경이 맞아요. "

홍미희(43)는 자연에서 수집한 색과 경험을 반입체적 저부조 회화로 구현한다. 화면은 평면을 넘어 측면과 공간으로 확장되며, 관객은 시각적 혼란과 인식의 편향 속에서 '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어긋남을 마주한다.

색띠 형태의 부조를 반복하며 관객이 산행의 깊이와 리듬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신작 '숲속에서'는 현실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벗어난, 새로운 질서가 깃든 세계를 제시한다.

홍미희, '숲속에서' 연작,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145.5x112.1cm(2025). 곽인숙 기자홍미희, '숲속에서' 연작,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145.5x112.1cm(2025). 곽인숙 기자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채집'을 탐구한다. 신혜경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동과 특이점을 이미지화해 정신적 풍경을 제안하고 홍미희는 자연의 색과 형태에서 파생된 부조를 통해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확장한다.

두 작업은 '잘못 본 것', '틀린 것', '착각' 속에서 오히려 본질을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가 보는 현실이 곧 유일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질문을 던진다.

'Hallucination(환영)'은 두 예술가가 형성한 "인식의 실험실"이 된다. 이 공간에서 관객들은 현실과 비현실, 존재와 환상, 창조와 해체 사이의 긴장감을 마주하며, 순간적으로 가정된 현실의 틀을 벗어나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홍미희, 'Highland' 연작,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30 x 80cm(2025). 곽인숙 기자홍미희, 'Highland' 연작,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30 x 80cm(2025). 곽인숙 기자홍미희, 'Highland' 연작 측면,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30 x 80cm(2025). 곽인숙 기자홍미희, 'Highland' 연작 측면,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30 x 80cm(2025). 곽인숙 기자
김리아갤러리 김세정 대표는 "자연을 극사실화로 그리는 것보다 더 자연의 '본질'과 닮아 있는 풍경화를 그리는 홍 작가와 결국 '본질'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절대적인 존재란 무엇이냐에 대한 의문을 계속 화면에 풀어내는 신 작가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연결했는데 전시가 참 좋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서 신혜경은 프랑스에서 회화와 사진을 공부하고, 파리 제8대학에서 사진학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1995년 조형예술학 박사(사진 전공)를 취득했다.

박사 논문에서는 현대 사진과 미술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연구했으며, 그녀의 작품 세계는 자신의 삶과 경험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 성격을 지닌다.

신혜경 작가의 작품들 전시 전경. 곽인숙 기자신혜경 작가의 작품들 전시 전경. 곽인숙 기자
경주 선재미술관 큐레이터와 수원대 산업미술과 교수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폴라로이드 작업을 비롯해 "신체", "확대", "정원"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신체, 공간, 기억을 탐구하며 형태와 의미의 관계를 실험해왔다.

현재 그는 윤곽이 명확하지 않은 색과 선, 기호들이 뒤엉키거나 떠다니는 추상 그림을 통해 일상의 풍경과 감정, 음악에서 느껴지는 생각들을 감각적 붓질과 다채로운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홍미희, 'Sea No.2-1,2,3' 연작,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90.9 × 72.7cm(2025). 곽인숙 기자홍미희, 'Sea No.2-1,2,3' 연작, acrylic, paste board, canvas on panel, 90.9 × 72.7cm(2025). 곽인숙 기자
홍미희는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저부조 회화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풍경의 순간을 단순한 선과 색으로 환원해 화면에 담아내며, 편향된 시각이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낯선 관점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특히 종이보드를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독자적 방식으로 구축한 색과 형태는 평면 회화와 조각적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화면을 형성한다.

이렇게 축적된 레이어는 화면에 깊이와 입체감을 부여해 감상자가 능동적 움직임에 따라 다각도로 작품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그의 작업은 조형 실험과 과정에서 생겨나는 흔적,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삶과 예술의 근본적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홍미희은 6년 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 '마중물 2018'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시작된 '마중물'은 매해 실력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며 이어져 온 김리아갤러리의 대표 기획전으로,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고 젊은 예술의 흐름을 조명하며 그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마중물'은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의미한다. 이 전시는 신진 작가들에게는 창작과 도약의 기회를, 관람객과 컬렉터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만나는 접점이 되어 왔다.

신혜경·홍미희 2인전 'Hallucination(환영)'이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1월 15일까지 열린다. 김리아갤러리 제공신혜경·홍미희 2인전 'Hallucination(환영)'이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1월 15일까지 열린다. 김리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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