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일요일인 26일 여야 합의로 국정감사 기간 중 이례적으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서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 후반전으로 접어든 국정감사에서 '김현지 출석 공방' 등 여야 대립이 예상되는 만큼, 얼어붙은 정국이 다시 풀릴 가능성은 현재까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 70여 개를 처리할 예정이다. 국감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것은 국회 관례상 이례적인 일이다.
국감 기간 중 국회 본회의가 열린 배경으로 여야 대립으로 처리가 밀린 민생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대해 양당 원내지도부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 돌입하기 직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가 열린 후 하루에 법안 하나씩을 처리해 왔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입법 기조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면서다. 3대 특별검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전면 백지화된 뒤 양당이 협의한 민생경제협의체 가동도 미뤄졌다.
범여권 주도로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에 곧바로 나서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여당의 중점 법안들은 처리됐지만, 문신사법 등을 뺀 다수의 민생법안 처리는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이에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개최를 지난 8일 제안했다. 닷새 만에 이뤄진 원내대표 회동을 거쳐 여야는 합의된 70개 법안을 처리하되, 반도체특별법 등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 3개는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핵심 법안으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꼽힌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119구급대원이 응급실과 직접 통신할 수 있는 전용 수신전화번호를 개설하고, 응급실의 시설, 인력, 장비, 수용능력 등을 응급의료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 환자 이송 속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은 도서벽지∙농어촌지역 등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확대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부과 항목을 명시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등 상가건물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의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 삶을 볼모로 하는 정쟁을 단호히 거부하고 결코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며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최우선적으로 챙기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생법안 여야 합의 처리를 계기로 협치 분위기가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국감이 후반부로 접어든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과방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등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나아가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는 올해 국감의 마지막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열릴 예정인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김 실장의 출석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고, 대통령비서실 국감은 다음 달 6일로 잡혔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은 연일 김 실장 관련 의혹들을 조명하며 국감 출석을 압박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실장의 불출석을 암시하는 듯한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감사 직전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김 실장이) 100% 출석한다"고 발언한 당시와 비교하면 여권 내 기류가 다소 달라진 것이다. 지난 23일 법사위에서는 범여권 반대로 김 실장 증인 출석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
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김 실장은 기관 증인인데 원래 나와야 할 필요가 없다"며 "국민의힘 측에서 김 실장을 불러야 하는 사안도 명확히 특정하지 않는데, 사람을 세워놓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