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A씨 부녀가 28일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법원이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으로 15년 동안 복역한 부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증거였던 범행 자백이 검찰의 강압 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이 인정됐다.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28일 살인과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75)씨와 딸 B(41)씨의 항소심 재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요 증거였던 범행 자백이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A씨 등은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를 아내이자 친모를 비롯한 주민이 나눠 마시게 해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아내이자 친모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는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딸 B씨의 '진술 신빙성' 문제로 이들 부녀에게 무죄를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어 이들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2012년 대법원은 이같은 중형을 확정했다.
그러다가 재심 전문'으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A씨 부녀가 '위법 수사'로 만들어진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광주고법은 지난해 1월 검사의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이 같은 해 9월 재심 개시를 확정하면서 재판은 부녀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으로 다시 돌아가 이날 재심 선고 재판이 열려 이들 부녀가 치정에 얽혀 패륜범죄를 저질렀다는 누명을 15년 만에 벗었다.
딸 B씨는 "검사와 수사관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에 맞춘 수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윽박지르거나 뺨을 때리는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들이 곁에 있었기에 장기간 옥살이를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하며, "여전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재심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부녀가 그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말고 억울함을 풀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심을 이끈 박준영 변호사는"이번 판결은 누명을 벗는 출발점일 뿐이다"며"검찰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이 확정되는 대로 형사보상과 국가배상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재심의 무죄 판결에 대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