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트라피스트-1 d행성이 공전하는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NASA, ESA, CSA, Joseph Olmsted (STScI)| ▶ 글 싣는 순서 |
①지구 밖 인류의 목적지는 여기?…트라피스트-1 적색왜성계 속 포스트 지구를 찾아서[코스모스토리] ②'크기에 위치까지 비슷하다?'…골디락스 존 속 지구 닮은꼴 행성 숨바꼭질[코스모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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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작고 차가운 별 적색왜성, 지구에서 약 40광년 거리 떨어진 '트라피스트-1'에는 암석으로 구성돼 딱딱한 표면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 7개가 다양한 위치에서 공전하고 있습니다.
트라피스트-1 적색왜성계 전경. NASA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행성도 4개나 있습니다. 앞서 중심별에 가까운 b행성과 c행성에서는 대기가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들 행성은 태양계에서 수성과 금성 포지션인 만큼 기대치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지구와 같은 골디락스 존에서 공전하는 행성을 관측할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골디락스 존이라는 희망과 트라피스트-1 d행성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 물분자가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해 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골디락스 존은 어느 항성에서든 존재합니다.
이 구간을 공전하는 행성은 적당한 온도와 에너지를 중심별에서 제공받아 적당한 표면온도를 가지게 되고 액체상태의 물과 대기의 형성으로 행성 전반적인 대류현상과 함께 상시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형성하게 됩니다. 우리의 터전 지구가 이에 해당합니다.
트라피스트-1 적색왜성계의 행성 궤도. NASA과학자들은 우주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항성이 존재하고 이 항성들마다 골디락스 존을 형성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곳을 공전하는 행성을 조사하다보면 지구처럼 물이 풍부하고 따뜻해 인류가 거주할 수 있고 지구밖 외계 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항성 중 태양보다 작고 질량과 온도가 작은 이른바 적색왜성은 그 분포가 태양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트라피스트-1의 골디락스 존 내부 행성 관측은 적색왜성계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행성을 선별하는 데 큰 가늠좌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관측한 b행성과 c행성은 상대적으로 중심별에 너무 붙어 있어서 너무 뜨겁고 항성풍의 영향을 너무 받아 대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들 행성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 중심별에서 적당히 떨어진 가장 안쪽 궤도이지만 골디락스 존 내부에 안착한 d행성에 이목을 집중했습니다.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지난 8월 공개된 '온대 암석 외계행성 TRAPPIST-1 d의 잠재적 2차 대기층에 대한 엄격한 제한(Strict Limits on Potential Secondary Atmospheres on the Temperate Rocky Exo-Earth TRAPPIST-1 d)'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트라피스트-1 적색왜성과 d행성, 그리고 지구까지 일직선이 됐을 때 발생하는 빛의 변화를 포착하는 트랜짓 관측법을 사용해 d행성의 대기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됐는지 분석했습니다.
중심별에서 방출된 빛이 행성에 근접해 지나갈 때 대기가 존재한다면 구성성분에 따라 빛의 일부가 흡수되는데요. 이러한 성질 때문에 빛의 파장에 변화가 생깁니다. 제임스웹에 내장된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는 다양한 필터를 활용해 이러한 빛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행성의 대기 성분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트라피스트-1 d행성에 대한 트랜짓 관측 그래프. '온대 암석 외계행성 TRAPPIST-1 d의 잠재적 2차 대기층에 대한 엄격한 제한(Strict Limits on Potential Secondary Atmospheres on the Temperate Rocky Exo-Earth TRAPPIST-1 d)' 논문 캡처
트라피스트-1 d행성에 대한 트랜짓 관측 그래프. '온대 암석 외계행성 TRAPPIST-1 d의 잠재적 2차 대기층에 대한 엄격한 제한(Strict Limits on Potential Secondary Atmospheres on the Temperate Rocky Exo-Earth TRAPPIST-1 d)' 논문 캡처논문에서 공개된 빛의 변화 스펙트럼을 살펴보면 빛의 변화가 매우 평탄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만약 d행성의 대기에 짙은 여러 화학성분이 존재한다면 그래프의 경사면은 더 기울어야 했을 것 입니다. 이는 대기에 뚜렷한 화학성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계적 데이터에는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를 5시그마(σ)로 표현하는데요. 이 수치는 우연히 발생할 확률이 약 350만분의 1 이하임을 의미하며 과학계에서 새로운 발견이라는 것을 공식으로 인정하는 수치입니다. 논문에서 공개된 그래프에는 5시그마보다 낮은 1~3시그마 영역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그만큼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트라피스트-1 d행성의 빛을 여러가지 성분을 가정한 그래프와 비교한 그래프. 의미있는 수치를 보인 원소가 없다. '온대 암석 외계행성 TRAPPIST-1 d의 잠재적 2차 대기층에 대한 엄격한 제한(Strict Limits on Potential Secondary Atmospheres on the Temperate Rocky Exo-Earth TRAPPIST-1 d)' 논문 캡처연구진들은 메탄(CH₄), 일산화탄소(CO), 물(H2O), 암모니아(NH3), 이산화탄소(CO2), 아황산가스(SO2) 등의 화학성분을 가정하고 관측된 데이터와 비교 분석을 진행했지만 그래프에는 어떤 성분도 뚜렷한 신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연구진은 의미 있는 대기구성 성분량을 검출하지 못했지만 대기 존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습니다. 아주 얇은 대기가 있거나 고고도에 에어로졸(대기 중 떠다니는 미세 입자)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러한 조건의 대기를 가지고 있다면 물의 존재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라면 안개 없는 타이탄, 구름 없는 금성, 초기 화성, 그리고 고대 지구와 구름 없는 현대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인류가 거주하기엔 매우 어려운 조건입니다.
트라피스트-1 행성들. NASA/JPL-Caltech예상과는 달리 대기 화학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d행성이었지만 이보다 중심별에서 더 떨어진 e, f, g, h 행성에 대한 대기 존재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몬트리올 대학교의 트로티에 외계행성 연구소(IRex)의 비욘 베네케(Björn Benneke)는 "중심별에서 더 떨어져 있는 e, f, g, h 행성에는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학자들의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트라피스트-1의 첫번째 골디락스 존 내부의 생명체 거주 가능한 행성 대기 관측은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습니다. 이는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우주에 분포하는 수많은 적색왜성계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적색왜성계의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행성이라도 보다 범위를 좁혀서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적색왜성이라서 그만큼 중심별에 가깝게 형성돼 있는 골디락스 존,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존 내부에 있으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의미를 여기에서는 수정해서 생각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골디락스 존 가운데 위치한 '포스트 지구' 트라피스트-1 e행성
트라피스트-1 적색왜성계의 골디락스 존 관측이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8월에 공개된 d행성에 대한 열악한 대기존재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e행성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습니다.
트라피스트-1 행성들과 태양계 행성간 골디락스 존(=해비터블 존) 비교. 지구와 가장 근접한 조건의 행성은 e행성입니다. NASA/JPL-Calteche행성은 다른 행성들과는 다르게 지구와 조건이 매우 닮아 있습니다. 행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91%, 질량은 약 77% 수준이고 항성계 내 골디락스 존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 수준의 대기가 형성돼 있다면 행성내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고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 또는 인류의 거주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지난 9월 8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e행성에 대한 초기 관측 결과를 분석한 논문 '해비터블존에 위치한 트라피스트-1 e행성에 대한 제임스웹 근적외선분광기 프리즘 전송 스펙트럼(JWST-TST DREAMS: NIRSpec/PRISM Transmission Spectroscopy of the Habitable Zone Planet TRAPPIST-1 e)'과 '해비터블존에 위치한 트라피스트-1 e행성의 2차 대기 제약조건(JWST-TST DREAMS: Secondary Atmosphere Constraints for the Habitable Zone Planet TRAPPIST-1 e) 2건이 게재됐습니다.
이 논문들은 제임스웹 과학연구진들의 다중 기기 분광법을 통한 외계 행성 대기 심층 정찰(Deep Reconnaissance of Exoplanet Atmospheres using Multi-instrument Spectroscopy, DREAMS)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가지 우주망원경으로 외계행성을 관측해 다양한 파장으로 입체적인 데이터를 얻어 외계행성에 대기가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트라피스트-1 행성 중 일부가 중심별의 앞을 지나가는 모습. NASA/JPL-Caltech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3년 6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트랜짓 관측을 진행했고 이때 얻은 근적외선 분광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성내 대기 유무 및 구성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연구진은 우선 e행성에 1차 대기 존재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시 대기라고도 불리는 1차 대기는 행성이 형성될 무렵 암석과 가스가 모여 형성되는 대기입니다. 관측 데이터를 대기가 없는 천체와 고고도에만 구름이 존재할 때 발생하는 그래프와 비교했는데 이와 매우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분광기로 트라피스트-1 e행성에 대한 빛을 분석한 그래프. 파란색은 대기가 있을 때를 가정한 데이터, 주황색은 대기가 없을 때를 가정한 데이터. 좁은 색상의 띠는 각 모델의 데이터 포인트 위치를 나타냅니다. NASA, ESA, CSA, STScI, Joseph Olmsted (STScI)1차 대기는 행성의 형성 후 중심별의 플레어 영향을 받아 벗겨질 수 있는데요. 우리 지구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후 화산과 같은 행성 내부 활동이나 행성간 충돌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한 대기가 형성될 수 있는데요. 이것을 2차 대기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금성의 경우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수소보다 더 무거운 원소와 화합물로 2차 대기가 두드러지게 형성됐습니다.
트라피스트-1은 적색왜성으로 태양보다 더 활동적으로 플레어를 방출하기 때문에 e행성의 1차 대기가 벗겨진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e행성의 경우 1차 대기가 벗겨진 후 2차 대기를 형성할 만한 특별한 요소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대기가 전혀 없을 가능성과 짙은 대기가 있을 가능성 두가지가 반반으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트라피스트-1 e행성의 대기성분을 질소(N)와 수소(H)로 가정해 분광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모습. 왼쪽은 비교적 안정적인 첫번째와 두번째 관측만을 가지고 진행한 시뮬레이션, 오른쪽은 네번의 관측 데이터를 모두 합치고 진행한 시뮬레이션. '해비터블존에 위치한 트라피스트-1 e행성의 2차 대기 제약조건(JWST-TST DREAMS: Secondary Atmosphere Constraints for the Habitable Zone Planet TRAPPIST-1 e) 논문 캡처연구진은 대기의 구성성분에서 질소가 풍부한 환경일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제임스웹의 분광 스펙트럼 데이터에서 대기의 배경가스를 수소와 질소분자, 빛 흡수체를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설정하고 비교한 결과 질소의 경우 일관적인 데이터를 보이지만 수소의 경우 음영지역(검정색 부분)이 두드러져 대기상 풍부하게 존재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금성과 화성의 대기 주성분인 이산화탄소가 풍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메탄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질소와 메탄이 혼합된 모델이 관측 데이터와의 여러 예측 모델과 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어 연구진은 만약 질소와 메탄 대기의 존재가 후속 관측으로 입증된다면 e행성의 대기는 짙은 질소 대기와 메탄 호수를 가진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유사한 행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라피스트-1 적색왜성계 행성들의 모습. 조석고정으로 낮과 밤이 영원히 지속됩니다. NASA/JPL-Caltech대기 조건이 갖춰질 경우 연구진은 e행성에 제한적인 바다 존재 가능성도 전망했습니다. 효과적인 온실 효과가 진행됐을 경우 지구처럼 전방위 액체 바다가 존재할 수 있고 온난화가 약하더라도 조석고정으로 별을 바라보는 부분은 액체, 반대쪽은 얼음으로 된 행성의 형태를 하고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행성간 비교관측도 진행한다
수차례에 걸친 트라피스트-1 행성들에 대한 관측에서 드디어 대기 존재 가능성이 있는 행성이 나타남에 따라 후속 연구도 진행됩니다.
트라피스트-1 적색왜성계 행성에 대한 트랜짓 관측을 진행할때의 모습을 재연한 개념 영상 NASA연구진은 e행성에 대해 앞으로 15번의 추가적인 관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초기 관측으로 대기 존재의 작은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가 관측을 할 조건을 충족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더 확실한 대기 존재 및 액체상태의 물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b행성과 e행성이 중심별을 순차적으로 지날 때 '버티컬 관측'을 진행합니다. '버티컬 관측'은 두 행성이 연속적으로 중심별을 가리는 순간을 관측하는 방법입니다.
두 행성이 비슷하게 지나는 타이밍에 관측한다면 중심별의 변동성에 의한 빛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암석행성으로 확신하는 b행성과 e행성의 데이터 변화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때 e행성의 분광 스펙트럼 데이터에만 나타나는 화학 물질 데이터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제임스 웹 상상도. NASA's James Webb Space Telescope 캡처과연 40광년 건너편에 있는 이웃 행성에는 대기와 물이 존재할까요? 그리고 그곳에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있을까요? 관측이 진행되고 그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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