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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혜훈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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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출신의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논쟁이 한참이다. 단순히 파격을 넘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만 하다. 쟁투가 일상이 된 진영정치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 이한동 전 민주정의당 의원이 국무총리로 발탁되고, 민정계 핵심이었던 김중권이 비서질장으로 기용된 적이 있다. 물론 당시도 파격 그 자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완전히 대척에 있는 정파의 인물 기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그러한 차원을 넘는 논쟁적 이슈가 됐다. 인사는 향후 정국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고, 정국의 주도권을 쥐거나 놓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수가 있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萬事)요, 망사(亡事)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이 전 의원의 후보자 지명은 묘수다. 그러나 짚고 넘어야 할 부분이 결코 녹록치 않다. 일상적인 파격 인사의 차원을 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후보자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평소의 태도와 인식이다. 이는 진영을 넘는 통합과 실용의 의미로만 받아들이기가 미흡할 정도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장관이란 자리는 국무회의의 구성원인 국무위원으로서 소관 부처의 업무 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헌법 제88조)과,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제89조)을 심의한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12·3 내란 이후 지속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지난 해 1월 17일에는 자신이 위원장인 국민의힘 서울시당 중구성동을 당원협의회 주도로 탄핵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둘째, 이 후보자는 재난지원금과 민생회복 쿠폰 등 현금성 예산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진보 정부가 갖는 확장재정 여부에 대한 생각은 경제상황과 국면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기 때문에 이 지점을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 후보자는 보수정당에서 합리적 중도의 목소리를 견지해 오다가 탄핵 국면에서 갑자기 평소 그의 정치적 입장을 바꿨지만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대체로 중도합리의 개혁적 보수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중도·통합을 강조하고 실제 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실천에 옯겨왔다. 이러한 면에서 이 후보자의 기용은 진영을 넘는 인사로서 새로운 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셋째, 국민의힘의 즉자적 반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당 소속 위원장의 내각 합류에 대해 거의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에 참여하는 행위가 무슨 반역이나 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제1야당의 행태가 협량하기 짝이 없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자가 지난 30일 사과했다. 그는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마 청문회에서도 사과할 것이다. 진작에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을까. 그의 입장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를 두고 열 번 아니라 백번, 천번의 사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이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향후 과건이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 이외에도 김성식 전 의원도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김 전 의원이야말로 보수정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인사로서 전형적 중도보수 인사다. 김 전 의원의 발탁은 당파에 기속되지 않는 인사로서 이 대통령이 보여 왔던 실용과 통합 인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권이 야당을 분해시키려 한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가 판 늪에 걸어들어가는 형국이다. "계엄과 탄핵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말이 진정성을 갖고 중도 확장으로 나서려면 지금이라도 계엄 세력과 절연하고 극우와의 동행을 멈춰야 한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협조할 건 과감히 협조하면서 '계엄의 바다'를 건너고 여야의 '정상적' 쟁투의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럴 때 이 후보자의 내각 합류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이 후보자의 장관 내정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가 관건이다. 전망컨대 이 후보자의 과거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탄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본인이 사과했고, 향후 사과와 함께, 탄핵에 대한 태도에 기인한 흠결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정책에 관한 탁견을 청문회에서 제시하고, 사과의 진정성을 국민이 받아들인다면 무리없이 내각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건 이 후보자 하기에 달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도 인사가 자꾸 국민의힘을 이탈하는 현상에 대해 국민의힘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여야를 넘나드는 인사가 축적되고 일상이 된다면 고질적인 진영 대결과 '적대적 공생'을 타파하는 디딤돌들이 구축되면서 화석처럼 굳어진 정치 프레임도 언젠가는 바뀌지 않을까.
 
맹자 이루(離婁) 상(上)편 첫 구절에 '이루지명 공수자지교 불이규구 불능성방원'(離婁之明 公輸子之巧 不以規矩 不能成方員)이라는 말이 있다. '이루의 밝은 눈이나 공수자의 뛰어난 기술도 법도가 없으면 사각형과 원형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기본 철학이중요하다는 고전의 교훈이지만, 이 시대의 대립과 대결로 점철된 적대를 종식하려면 파격을 넘는 충격파도 필요하지 않을까.

최창렬 용인대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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