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 포스터. tvN 제공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연출 장태유, 극본 fGRD,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필름그리다·정유니버스)는 최근 17.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tvN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누적 3200만 조회수를 기록해 비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중 최다 시청 수를 달성하는 등 해외에서도 큰 인기였다.
드라마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식'을 비롯해 셰프 연지영(임윤아)과 왕 이헌(이채민)의 로맨스, 어머니 폐비 연씨(이연재)를 위한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왕과 반정으로 새 시대를 꿈꾸는 조정 대신들의 대립, 요리를 통해 서로 성장하며 가까워지는 수라간 사람들 등 다양한 재미 요소로 가득했던 '폭군의 셰프'는 음악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25년 현대의 사람인 연지영이 조선 시대 수라간 대령숙수가 되면서 당대에는 맛볼 수 없던 뛰어난 요리를 연달아 선보일 때는 기상천외한 컴퓨터그래픽(CG)과 함께 맞춤한 음악이 흘러나와 그 장면을 더욱더 즐길 수 있기도 했다.
자연에서 채취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고추장 버터 비빔밥을 먹을 때, 베르사유 궁정 요리에 뿌리를 둔 오트 퀴진을 먹을 때, 초예민 상태에 있던 이헌의 마음을 녹인 된장 파스타를 먹을 때, 난다긴다하는 명나라 숙수들의 눈도 휘둥그레하게 한 마카롱을 먹을 때 모두 다른 음악이 등장했다.
서로를 향한 이헌과 연지영의 감정이 깊어질 때, 왕의 총애를 받던 숙원 강목주(강한나)가 갑자기 나타난 연지영을 경계하며 갖은 계략을 꾸밀 때, 이헌을 물리치고 왕 자리에 오르려는 제산대군(최귀화)과 그의 세력이 음모를 구상할 때도, 음악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총 60곡이 수록된, '폭군의 셰프' 오리지널 텔레비전 사운드트랙 앨범은 그동안 장태유 감독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전창엽 음악감독이 맡았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31일 서면 인터뷰로 전 음악감독을 만났다.
일문일답 이어서.
'폭군의 셰프'에는 매회 새로운 요리가 등장했다. tvN 제공1. 장태유 감독은 최대한 다양한 각도와 구도로 많은 장면을 찍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는 연출자로 유명합니다. OST 관련해서도 세세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편인가요?네. 장태유 감독님의 모든 작품에는 정말 시청자들도 잘 모르시는 디테일이 많이 숨어 있어요. 그렇기에 음악에 대한 요청도 많이 디테일하세요.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다 신경 쓰시는 편이시고, 음악적인 레퍼런스나 아이디어 또한 많은 부분 디테일하게 말씀해 주시는 감독님이세요. 그렇기에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극에 더 몰입되고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시청해 주시는 것 아닐까요?
2. 타이틀곡은 '보나베띠, 유어 마제스티'(Bon Appetit, Your Majesty)입니다. 오프닝 타이틀인 만큼 곡이 가지는 무게와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타이틀곡 작업하면서 가장 중점 둔 부분이 있을까요?아무래도 메인 타이틀, 오프닝 타이틀이 가지는 성격상 드라마 전체를 한 곡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사실 타이틀곡은 미리 만들기보다는 만들어진 수많은 타이틀 후보곡 즉 많은 테마곡 중에서 방송 전에 연출 감독님의 초이스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폭군의 셰프'도 장태유 감독님이 생각하는 드라마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깔에 맞는 '보나베띠, 유어 마제스티'란 곡이 타이틀로 정해졌습니다.
3. 드라마를 보면 '센트 오브 메모리'(Scent of Memory) '푸드 파이트'(Food Fight) '셰프 코믹'(Chef Comic) '아이리스'(Iris) 등이 여러 장면에 등장하는 곡이 있더라고요. 반면 북어 콩소메를 먹을 때 '콩소메 오브 드라이드 폴록'(Consomme' of Dried Pollock), 간밤 대령숙수와의 입맞춤 이야기 중 '웁스 웁스'(Whoops Whoops), 북경오리롤 먹을 때 '테이스팅 스워드 댄스'(Tasting Sword Dance) 등 특정 장면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듯한 곡도 있었고요. 곡 등장 빈도에 따라 신경 쓰는 부분에 차이가 있나요? '폭군의 셰프' 음악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어떤 곡은 드라마에 많이 사용되어서 시청자들 귀에 익숙한 곡이 있는 반면 어떤 곡은 정말 딱 한 번 쓴 경우가 많았어요. 그 이유는 매회 새로운 장면에 맞춰서 스코어링 한 곡들이 이전에 작업했던 다른 드라마보다 비중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회차까지 새로운 곡을 만든 드라마이기도 하구요.
드라마는 영화와는 다르게 회차가 많기에, 테마 음악들이 만들어지면 비슷한 상황과 감정 신에 반복적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야 테마가 있는 음악이 되기 때문인데요. '폭군의 셰프'는 워낙 다양한 영상과 다양한 감정 그리고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드라마여서 아무래도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전창엽 음악감독은 1화에서 연지영과 이헌이 절벽에서 싸우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tvN 제공4. '셰프 오브 캐논'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캐논' 멜로디를 활용했습니다. 어떤 점에서 '셰프'와 '캐논'을 연결할 생각을 했는지 듣고 싶습니다.'셰프 오브 캐논' 곡을 끝까지 들어보시면 후반부에 우리 가락인 '풍년가' 가락이 나와요. 캐논 변주곡과 우리의 선율 '풍년가'의 환상적인 컬래버레이션인 이 곡은 특히 장태유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던 곡인데, '풍년가' 부분은 실제 드라마에는 딱 한 번만 사용되어서 제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팬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캐논 변주곡은요. 극 중 연지영이 프렌치 셰프면서 서양 요리를 다루는 주인공이다 보니 클래식곡을 테마로 만들어서 연지영이 요리할 때 사용하면 신과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고 대본 읽고 바로 선곡 과정을 거쳤어요. 최종적으로 캐논 변주곡에 우리 가락을 추가해 드라마 테마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5. 대부분 연주곡이지만 보컬이 들어간 곡도 있습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작업했나요?특별히 따로 정한 기준은 없고요. 이번 폭군의 셰프는 연주곡 테마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테마를 만들고 싶었어요. 가끔은 가사가 있는 가창 곡보다는 단순한 허밍이나 반복되는 가사가 주는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거든요.
6. 오프닝 타이틀을 시작으로 60곡이 배치되었습니다.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앨범인데, 어떻게 곡 순서를 정했는지 들려주세요.곡이 워낙 많다 보니 곡 네이밍과 트랙 리스트 작성도 며칠에 걸쳐서 한 것 같아요. 트랙 순서는 특별히 어떤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메인 타이틀곡 이후에는 보이스(목소리)가 들어간 테마곡을 다음 순서에 넣고 이후에는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익숙한 테마곡들 위주로 트랙을 나열해서 정리했습니다.
'폭군의 셰프'는 17.1%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tvN 제공7. OST는 작품과 떼 놓을 수 없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화면과 상황에 '잘 붙는지'가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작업 과정에서 '이 음악은 작품에 잘 어우러진다'라고 체감한 첫 순간이 언제였나요?
음악 작업을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이 되는데요. 대본을 읽는 순간부터 배우들의 연기가 영상 적으로 만들어진 이후 음악을 영상에 넣을 때 이 과정을 '스팟팅'이라고 하고 음악 편집 작업을 한다 해요. 이때 장면에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은 아무래도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연출의 영상미와 그리고 음악과 함께 더욱더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영화 음악은 한 장면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드라마 음악은 여러 회차를 거듭하기에 음악의 연속성이 존재합니다. 반복적으로 들었을 때 곡 자체가 좋아야 하고 장면과도 잘 어울려야 하니깐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작업 노하우도 있고요.
대부분 드라마 음악 작업은 미리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말 대본을 머릿속으로 영상화해서 상상하면서 작업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만든 음악이 나중에 배우들의 연기가 가미된 영상으로 바뀌고 그 장면에 음악이 잘 맞아떨어질 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있습니다. 물론 '폭군의 셰프'에서도 수많은 장면에서 그랬고요.
8. 과거 인터뷰에서 "언젠가 연주곡으로도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싶다"라고 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폭군의 셰프' OST 앨범에서 '히트곡'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세계적으로 히트한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의 회전목마'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메인 테마곡 등등 우리 귀에 익숙한 연주곡이 생각보다 많아요. 클래식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도 드라마 음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꿈을 꾸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K-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그런 곡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폭군의 셰프' 중에서 고르자면 아무래도 보이스가 들어간 '셰프 오브 캐논' 곡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이미 익숙한 멜로디에 한국적인 선율이 가미되어 있어서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창엽 음악감독은 가장 몰입해서 본 장면으로 연지영이 다시 현대로 돌아가는 장면을 꼽았다. tvN 제공9. '폭군의 셰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혹은 가장 몰입해서 보았던 장면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제 개인적으로 1부 타임슬립 한 연지영이 폭군 연희군을 만나 절벽에서 서로 대치하며 티격태격한 신이 좋아하는 장면이고요. 가장 기억에 남고 몰입했던 장면은 12부 후반부 극의 하이라이트 신인 연지영이 칼에 베이고 망운록이 작동해서 공중부양 후 사라지는 장면요. 가장 몰입되었고 슬프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10. '폭군의 셰프'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고, 그만큼 OST 앨범을 기다린 시청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와 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마지막으로 '폭군의 셰프'를 시청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024년 겨울 찬 바람 불 때부터 대본을 읽으면서 저와 뮤직레시피 크루들이 정말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폭군의 셰프'는 끝이 났지만, '폭군의 셰프' 음악들은 영원히 여러분 곁에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다시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로 바뀌는 시기입니다. 우리 팬분들 모두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