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사진 가운데)이 자신의 제자 고석현의 UFC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김동현 SNS 영상 캡처"나의 길을 가면 안되는데…" 
UFC 레전드 '스턴건' 김동현이 제자 고석현(32)의 UFC 두 번째 경기를 보면서 수차례 내뱉은 말이다. 
			
		
고석현은 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가르시아 vs 오나마' 언더카드 웰터급(77.1kg) 경기에서 '프레시 프린스' 필 로(35·미국)에 맞서 심판 만장일치 판정승(30-26, 30-27, 30-27)을 기록했다. 압승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필 로는 고석현에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고석현은 이날 로를 네 번 테이크다운시켰다. 유리한 포지션에서 13분 10초 컨트롤했다.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고석현(사진 왼쪽)이 필 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있다. UFC 제공김동현은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고석현 출전 경기를 자신의 체육관 사무실에서 체육관 멤버들과 TV를 통해 시청했다. 그는 시청 장면을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게시했다. 김동현은 경기 시작 전부터 "석현이가 1라운드에 한번 잡아 넘겨서 그라운드에서 컨트롤하면 그 경기는 이겼다고 보면 된다"라며 제자의 승리를 예언했다. 
			
		
그러면서 "석현이는 열심히 훈련했다. 대기만성형 파이터로서 올라갈 때가 됐다"면서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경기 내내 제자의 공격이 펼쳐질 때마다 "오케이! 그렇지! 됐어! 이겼다!"를 외쳤다. 펀치가 적중될 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끝났어! 끝났다!"고 소리를 치기도했다. 
상대의 공격때는 "안 돼! 아이고! 조심!"이라고 소리쳤다. 고석현이 하프 가드 기술을 사용하면 "내가 옛날에 무조건 하프를 줬다"며 자신과 비슷한 제자의 경기 스타일을 내심 흐뭇해 했다. 
다만 그는 좀더 화끈한 공격을 보이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자신의 선수 시절을 '오버랩'하며 안타까워했다. 2라운드까지 고석현의 압도적 경기가 이어지자 "이럴 때는 좀더 과감하게 해야 경기가 끝났을 때 아쉬움이 없다"며 "내가 항상 '피니시를 노렸어야 했는데' 하면서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또 "경기가 끝나면 '부족한 점 보완해서 피니시를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는 선수보다 KO시키는게 좋다. 다음 상대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하는 등 제자의 화끈한 파이팅을 기대했다. 
김동현(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자신의 제자 고석현의 승리를 확인한 후 기뻐하고 있다. 김동현 SNS 영상 캡처경기를 함께 시청한 체육관 멤버들이 "(석현이가) 너무 안정감 있게 이겼다"고 평가하자, 김동현은 "나의 길을 가면 안되는데"라며 "이겨서 좋은데 대기실에서 영상 보면서 스트레스와 후회가 갑자기 점점 커진다"고 자신의 선수 시절 상황을 소환했다. 
		
		
이어 "너무 이기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이기는 것이 최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쉬움이 조금씩 있다"며 "이정도 실력 차이면 피니시 했어야 한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기 후 고석현의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나도 이겼는데도 (인터뷰를) 많이 안했다. 나의 길을 가면 안되는데"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김동현은 향후 고석현의 UFC 입지에 대해 "무조건 탑독이 될 것"이라며 "타격을 제대로 안보여줬는데도 이정도다. 이러면 탑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직후 고석현은 김동현과의 통화에서 "형님 이겼습니다"라며 승리 소식을 직접 전했다. 고석현 경기의 세컨을 맡은 이정원 관장은 "화끈하지 않았어도 전략이 그랬다. 예상대로 경기했다. 랭킹 30위를 이겼다"고 밝혔다.
김동현은 고석현에게 "이제 누구와 경기가 잡혀도 탑독(승리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다. 다음 상대는 무조건 십몇 위(10위권)로 바로 올라간다"고 격려했다. 고석현은 스승을 향해 "(다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파이팅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