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제공 헤세와 융, 인간의 영혼을 향한 마지막 대화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와 심리학의 거인 칼 구스타프 융, 두 인류 정신사의 거목이 나눈 마지막 대화가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독자 곁을 찾았다.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탐구한 인문 고전으로, 시대를 넘어 여전히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칠레 외교관이자 작가인 미구엘 세라노는 젊은 시절 '데미안'과 융의 저서에 감명받고, 두 사람을 '내면의 스승'으로 여겨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다. 오랜 여정 끝에 스위스 산중의 고요한 은둔지에서 각각의 노년을 보내던 헤세와 융을 차례로 찾아간 그의 기록이 이 책의 뼈대다.
책은 문학과 심리학이라는 다른 언어를 통해 같은 지점을 바라본 두 거장의 사유를 엮어낸다. 헤세는 "말이란 가면"이라며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는 내면의 진실을 말하고, 융은 "사람은 자신의 본성을 따라야 한다"며 자아와 무의식의 화해를 강조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삶의 고통과 상처를 통과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평화의 언어로 이어진다.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면 두 사람과 함께 산책하며 인간 마음의 기적 같은 치유와 창조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고 평했다. 실제로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오늘의 독자에게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안내서다.
헤세와 융이 직접 쓴 편지와 희귀한 수채화 삽화, 헤세의 미공개 동화 '픽토르의 변신'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사상사적 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내면의 고독이 깊어지는 시대,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상처를 안고도 어떻게 나 자신과 화해할 것인가."
미구엘 세라노 지음 | 박광자·이미선 옮김 | 생각지도 | 244쪽
읽고쓰기연구소 제공 마음의 여행이 되는 독서 에세이 '바닷가 책방에서 카뮈를 만나다'
책을 읽는 일은 곧 마음을 건너는 일이다. '카프카와 함께 빵을 먹는 오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이경은이 두 번째 독서 에세이 '바닷가 책방에서 카뮈를 만나다'로 돌아왔다.
이번 책은 책과 사람, 그리고 문장 사이의 온기를 세심하게 포착한 한 편의 서정적 산문집이다.
작가는 "아무런 약속도 기대도 없이 들른 바닷가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라디오 드라마와 음악극 대본을 써온 그는 이번 책에서 독서의 경험을 감각적으로 엮어내며, 각 장마다 책과 어울리는 음악과 음료를 함께 제시해 독서의 즐거움을 확장시킨다.
책은 2024년 가을부터 2025년 여름까지 '데일리한국'에 연재된 글을 엮은 것으로, 계절의 흐름과 함께 작가의 내면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때로는 카뮈와 보르헤스, 때로는 한적한 시골 서점의 주인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는 독서를 '타인의 문장을 빌려 나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그의 문장은 고요하지만 깊다. "책은 나를 닮은 문장을 통해 나를 데려간다"는 구절처럼,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문학이 우리 일상에 남긴 미세한 흔적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바닷가 책방에서 카뮈를 만나다'는 단순한 독서 에세이를 넘어, 삶의 리듬을 천천히 되찾게 하는 마음의 산책이다. 책을 읽고, 쓰고, 짓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초대장처럼, 바람이 부는 오후의 한 페이지가 된다.
이경은 지음 | 이인성 그림 | 읽고쓰기연구소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