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청궁 장안당 왕의 집무실·김건희 씨. 문화재청·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명성황후 처소'에 다녀간 직후인 2023년 3월 30일부터 2024년 3월 28일까지 국가유산청 전승공예품은행에서 전승공예품을 63점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관저 등을 궁처럼 꾸민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12일 JTBC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국가유산청 전승공예품은행에서 장인들이 만든 전승공예품 63점을 빌려갔다고 보도했다.
국회 문체위원장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통령실에서 전승공예품 은행에 요청한 대여목록'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023년 3월 30일 32점 △2023년 6월 15일 7점 △2024년 3월 28일 24점 등 모두 63점의 전승공예품을 빌려갔다. 전승공예품이란 무형문화재 중 전통기술 분야의 전승자가 옛 기술과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여 제작한 작품을 말한다.
대여 물품은 왕을 상징하는 붉은 '주칠함', '은장식 삼작노리개'와, 조선 왕실 여성 예복에 부착하던 장식 '금채수 오조원용보' 등이었다. 달밤에 대동강에서 펼쳐지는 뱃놀이 연회 장면을 그린 조선 후기 풍속화 '월야선유도'와 금속활자장이 제작한 '월인천강지곡'도 있었다.
대통령실의 공예품 대여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명성황후 처소인 경복궁 건청궁을 방문한 2023년 3월 5일 직후부터 이어졌다. 대통령비서실은 다음 날 궁능유적본부에 '건청궁의 공예품을 빌릴 수 있냐'고 물은 후, 14일 궁능유적본부로부터 △보안 2점 △보함 2점 △주칠함 2점 △백동 촛대 1점 △사방 탁자 2점 등 9점의 공예품을 빌려간 바 있다.
김교흥 "공예품 중 '술잔' 깨먹어…관저에서 사적 유용 의심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파손된 전승공예품. 대통령실·손솔 진보당 의원실 제공
대여한 전승공예품 중 '찻잔'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해 12월 29일 불법내란 사태 이후 다완(찻잔)이 '불의의 사고로 깨졌다'는 내용을 국가유산청에 전달했다. 대통령비서실은 파손 3개월 뒤인 3월 8일에야 작품가액 '300만 원'을 변상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및 행사지역'을 대여 장소로 밝히며 물품을 빌려갔지만, 대여 품목이 어디에서 어떻게 전시 혹은 보관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대여 물품에 대해 연 1회 관리현황을 점검하고, 최근 3개월 내 촬영된 사진을 제출받는데 대통령비서실은 보안상의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12일 한 방송에 출연해 "문체위원장으로서 처참함을 느낀다"며 "윤석열 부부는 고궁을 가며 이미 여덟 번이나 (문화재를) 사적 유용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관저 등을 궁처럼 꾸민 건 아닌지 의심된다며 "대통령실에 가져다 놓았으면 '술잔(찻잔)'을 깨먹겠느냐"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초 1년 계약 후 연장을 했는데, 탄핵이 되지 않았으면 더 사용했을 것"이라고 참담해 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날 서면 브리핑을 내 "윤석열 부부는 사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국가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동원해 '왕실 코스프레'에 열중한 것인가"라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적인 허영심을 채우는 데 이용한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에 대한 인식 부재를 넘어,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함부로 다룬 권력의 오만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여품의 사용 목적과 장소, 김건희의 치장 정황, 훼손 경위, 대여 지시자 및 책임자를 낱낱이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