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석이 헤난 감독과 기뻐하는 모습.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과 시즌 첫 대결에서 웃으며 2년 만의 우승을 향한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경기 중 선의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변수를 극복하고 접전을 이겨냈다.
대한항공은 16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현대캐피탈과 원정에서 세트 스코어 3-2(26-24 22-25 22-25 25-21 15-7) 재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6승 1패, 승점 17이 된 대한항공은 단독 1위로 올라섰다. KB손해보험(5승 2패·승점 16)을 2위로 밀어냈다.
정지석이 양 팀 최다 27점에 공격 성공률 62.86%로 펄펄 날았다. 러셀이 22점, 정한용이 12점으로 거들었다. 미들 블로커 김규민은 블로킹 3개를 비롯해 11점으로 중앙을 지켰다.
이날 경기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이후 두 팀의 첫 대결이라 관심을 모았다. 당초 두 팀은 지난달 18일 시즌 개막전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국제배구연맹(FIVB) 클럽 시즌 규정에 걸려 이 경기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뒤늦게 시즌 첫 대결이 성사된 것.
우승 후보 격돌이라 신경전도 대단했다. 특히 3세트 다소 황당한 상황이 펼쳐졌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대한항공이 20-19로 앞선 상황에서 김규민의 강타가 상대 김진영의 얼굴에 맞고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김규민은 네트를 넘어 후배인 김진영에게 다가가 토닥이며 사과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득점으로 끝나는 듯했던 상황이 현대캐피탈의 비디오 판독 신청으로 달라졌다. 공이 관중석으로 떨어지기 전에 김규민이 네트를 터치하며 상대 코트로 넘어왔다는 지적이었다. 심판진은 판독을 거쳐 김규민에게 반칙을 선언했다.
이에 대한항공 헤난 달 조토 감독은 들고 일어났다. 헤난 감독은 통역을 거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사과하지 말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건 배구가 아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항공 헤난 달 조토 감독이 16일 현대캐피탈과 원정에서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KOVO 하지만 심판진은 헤난 감독에게 경고를 내렸고, 판정 번복은 없었다. 부심은 "공이 관중석으로 떨어지기 전에 김규민이 네트를 터치했기 때문에 반칙"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은 원칙이었다. 돌발 상황에 흔들린 듯 대한항공은 리드를 잃고 3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4세트 21-20에서 김규민이 속공으로 리드를 안겼고, 상대 허수봉의 터치 네트와 정지석의 블로킹으로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몰고 갔다.
분위기를 탄 대한항공은 5세트 에이스 정지석이 3연속 득점으로 기세를 올렸고, 러셀의 블로킹으로 4-0까지 달아났다. 대한항공은 5-2에서 정지석의 오픈 공격과 김민재의 블로킹, 상대 레오의 공격 범실, 러셀의 서브 에이스로 9-2까지 달아나 쐐기를 박았다.
현대캐피탈은 레오가 24점, 허수봉이 19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지난 13일 OK저축은행과 원정까지 2연패를 당한 현대캐피탈은 4승 3패로 3위(승점 13)에 머물렀다.
승리를 거둔 흥국생명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여자부 흥국생명은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홈 경기에서 21점을 몰아친 라셈을 앞세워 세트 스코어 3-0(25-16 25-14 25-20) 완승을 거뒀다. 3승 5패, 승점 10이 된 흥국생명은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정관장은 외국인 선수 자네테가 부친상으로 빠진 공백을 이기지 못했다. 대신 투입된 이선우는 공격 성공률 35%를 밑돌았다. 3승 5패, 승점 7이 된 정관장은 5위에서 6위로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