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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직함 남발로 유권자는 혼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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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책 기능 실종'… 정치가 스스로 직함 가치 떨어뜨려

당직 명함 그래픽. AI 생성 이미지당직 명함 그래픽. AI 생성 이미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당직 인플레'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각 지역마다 '당대표 특보'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고, 정책위 부의장과 부대변인 직함은 아예 수백 명에서 수십 명 단위로 배정되고 있다.
 
이제는 한 지역 안에서도 같은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이 여럿 등장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지역 행사장만 가도 동일한 당직을 적어 넣은 명함이 수북이 쏟아지고, 정치 신인부터 오랜 경력을 가진 베테랑 후보까지 앞다투어 '있어 보이는' 직함을 내세운다. 그러나 직함이 남발되면서 정작 그 의미와 역할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직함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유권자는 '누가 실제 영향력 있는 당직자인지, 누가 단순 홍보용 직함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직함의 가치가 떨어지면 당의 정책 기능 역시 함께 흐려진다는 점이다. 정책위 부의장이 수백 명에 이르는 구조에서는 예산·입법·정책 검토라는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어떤 정책을 제안했고 어떤 검토가 이뤄졌는지는 확인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책위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라는 의문만 커질 뿐이다.
 
특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당대표의 전문 자문역이라는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지역 내 영향력 확보를 위한 명예직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전략 참모인지, 선거용 직함인지 구분조차 모호한 상황이다.
 
결국 책임은 유권자에게 전가된다. 누구나 '특보'이고, 모두가 '정책위 부의장'이며, 곳곳에서 '부대변인'이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직함은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혼란의 요인으로 변질된다. 정치적 신뢰가 가장 먼저 무너진다.
 
정당이 폭넓은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것은 인재의 확장이 아니라 직함의 남발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보다 오히려 흐리는 행위다.
 
정당의 책임은 명확한 구조, 투명한 역할, 실질적 정책 역량을 보여주는 데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감투 나눠주기'가 계속된다면 선거 이후 돌아오는 것은 냉정한 심판뿐이다.
 
정치가 스스로 직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순간, 유권자는 더 이상 그 직함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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