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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한미 비관세 협상…'디지털·농산물 규제' 놓고 美 공세·韓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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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쿠팡 사태에 온플법 재부상…디지털 규제 美 설득 탄력?
공정화법 우선 처리 기류…독점규제법은 협상 변수
지도 반출·망 이용료 등 디지털 현안도 테이블로
미국, LMO 심사 등 검역 간소화 요구할 듯
韓, 농산물 개방은 '레드라인'…US 데스크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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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인하 관보 게재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한미 관세 협상이 사실상 일단락 된 가운데, 정부는 이달 열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를 앞두고 비관세 분야 협상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비관세 협상은 농산물 검역, 데이터 이전,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상품·서비스의 실질적 시장 접근을 좌우하는 규제 전반을 다루는 만큼, 관세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조율 범위도 넓어 난이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사태 계기 '온플법' 필요성 부상…美 설득 변수로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부는 오는 10일 통상추진위원회, 12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관계부처와 대응 방침을 최종 논의한 뒤 12월 중·하순쯤 FTA 공동위원회(공동위)를 열어 미국과 비관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공동위에서 모든 의제가 일괄 정리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향후 FTA 이행위원회 등을 병행해 세부 협상을 이어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비관세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는 디지털 서비스 분야가 거론된다. 이 분야가 핵심 의제로 부상한 데에는 최근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국내에서는 대형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요구가 커졌고, 그간 미국의 반대로 사실상 멈춰 있던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온플법) 국내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관세·안보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겠다는 원칙을 명문화했다. 이 때문에 한때 온플법 입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쿠팡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입법 논의는 오히려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이 법이 자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과 달리, 한국 상황의 심각성이 입법의 명분이 된 모양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온플법 가운데 통상 마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정화법'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화법에는 △플랫폼 업체의 정산 기간 단축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거래조건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입점 업체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어 미국과의 이해 충돌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온플법의 또 다른 축인 독점규제법 입법과 관련해선 '속도조절론'도 나온다. 이 법안은 구글·애플 등 거대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끼워팔기 등 시장지배력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이 자국 IT 기업을 겨냥한 규제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정무위 관계자는 "쿠팡 사태 이후 여야 모두 온플법 논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하면서 공정화법을 우선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점규제법은 구글·애플 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와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해외 플랫폼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는 구조"라면서도 "국내에서는 특정 국가 기업을 차별하는 입법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지만, 미국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유럽연합(EU)의 경우도 디지털 규제에는 매우 강경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며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우리도 통상 현안과 연계해 논의될 경우, 입법 취지를 차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세 협상의 민감 사안으로는 망 이용료,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문제도 거론된다. 양국은 팩트시트를 통해 망 이용료로 인해 미국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위치·재보험·개인정보를 포함한 국경 간 정보 이전을 원활하게 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특히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문제의 경우 구글은 2007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1:5000 축적 고정밀 지도 반출을 신청했지만, 보안시설 가림 처리·좌표 삭제 등 정부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승인 보류가 반복되고 있다. 애플은 정부 요청 대부분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5일  애플측의 신청서 보완 기간 요청으로 반출 결정은 내년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정부는 보안시설 노출을 막기 위한 국내 데이터센터 서버 설치, 보안시설 가림막 처리, 좌표 정보 삭제 등을 반출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이번 협의에서 이러한 조건을 둘러싼 조율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농산물 검역도 줄다리기…미국 '절차 간소화'vs 韓 "문서 효율화 수준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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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검역 역시 이번 비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이다. 미국은 한국의 검역 승인 절차가 과도하게 길고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으며, 이번 공동위에서도 검역 기간 단축과 절차 간소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은 농산물 검역이 시장 개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심사 기간 축소나 절차 간소화 요구에는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LMO(유전자변형생물체) 검역 절차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자료 제출이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번 공동위에서 심사 창구 일원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정부는 LMO 검역과 관련해 부처 일원화 등 절차 간소화로 이어지는 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별 심사와 검역 절차는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부처마다 서로 다른 자료 제출 방식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통합 가이드라인 마련 수준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LMO 검역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환경부 등 6개 부처가 각각 관할 분야를 맡고 있으며, 검토 결과는 부처별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된다.
 
미국산 농산물 검역을 지원하는 'US 데스크' 신설로 주요 품목의 개방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US 데스크는 미국산 과일·채소 등 원예작물 검역에 대해 미국 측의 요청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존의 8단계 검역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의 조정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검역 절차 자체는 손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다만 창구가 단일화되는 만큼, 이견이 큰 사안에서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절차가 공식적으로는 유지되더라도 실질적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방향으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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