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초대형 클러스터 조성에 총 700조원을 투입하고 팹리스 산업을 현재의 10배 규모로 키우는 등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는 'K-반도체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메모리 중심의 기존 구조를 넘어 시스템반도체·패키징·소부장·인재·지역 생태계까지 산업 전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반도체 세계 2강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청사진인 'AI 시대, 반도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보고회에는 산업부·기재부·과기정통부·금융위 등 정부 부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팹리스·소부장 기업, 대학·연구기관 등 약 40여명이 참석했다.
700조 투입해 반도체 팹 10기 구축…시스템반도체는 팹리스 10배 확장
정부는 우선 한국이 확보한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를 굳건히 유지하는 동시에 AI 반도체 기술에서 새로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온디바이스 AI 처리에 쓰이는 NPU(신경망처리장치)나 메모리 자체가 연산을 수행하는 PIM처럼 아직 확실한 선도국이 없는 영역을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차세대 메모리·화합물 반도체·첨단 패키징 등 전력 효율과 AI 처리 성능을 좌우하는 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메모리에 2032년까지 2159억원 △AI 특화 반도체에 2030년까지 1조 2676억원 △화합물 반도체에 2031년까지 2601억원 △첨단 패키징에 2031년까지 3606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이미 조성에 들어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AI 시대에 맞는 전략 거점으로 확장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2047년까지 약 700조원이 순차적으로 투입돼 생산 팹 10기를 새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맞춰 전력·용수 등 핵심 기반시설도 국가 책임 아래 확충해 클러스터 전체의 생산 역량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취약 분야로 지적돼 온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도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수요기업이 기술 개발을 견인하고 파운드리가 생산을 밀착 지원하는 협업 구조를 구축해, 현재보다 팹리스 산업 규모를 10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차량용 MCU·전력관리칩 등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한 '미들테크' 반도체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수요기업–팹리스–파운드리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구조를 확산할 계획이다. 이러한 생태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국내 1호 '상생 파운드리'를 구축해 팹리스 전용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소부장·인재 육성에도 속도…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축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와 함께 정부는 반도체산업의 기초체력인 소부장과 인재 육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노광장비 세계 점유율 1위인 네덜란드 ASML과 같은 글로벌 소부장 강기업을 국내에서 육성하기 위해,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품목과 기업을 중심으로 R&D 등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향후 첨단산업 특화단지는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고,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인프라·재정 등 우대지원을 강화해 전국적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광주(첨단패키징), 부산(전력반도체), 구미(소재·부품)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통해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의 기반을 닦는다는 계획이다.
광주는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해 글로벌 기업과 소부장 기업이 함께 R&D와 실증을 진행하는 패키징 허브로 키우고, 부산은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를 기반으로 SiC(실리콘카바이드) 실증라인과 전담 지원조직을 마련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한다. 구미는 소재·부품 중심의 첨단산업 특화단지로서 R&D·사업화 지원과 시험평가 인프라를 강화해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사업의 구체적 규모와 지원 내용을 재정당국과 협의해 확정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우리 산업의 명운이 달린 비상한 시기인 만큼, 그동안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던 비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반도체 국가대항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제조 분야는 기업의 투자를 전방위 지원해 세계 1위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 분야는 파운드리-수요기업 등 온 생태계를 동원해 10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