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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 "교사 행정업무 과중, 법·조례 정비가 해법…교육감 되면 반드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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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재정, 아이 수 감소 이유로 삭감은 부적절…AI·시설·급식·보건은 미래 투자 영역
교사 행정업무 과중, 법·조례 양산이 원인…규제 정비 없인 업무 경감 불가
AI 시대일수록 인성교육이 핵심…체육·예술·체험·세대 연결 'K-인성' 강조
돌봄정책, 도시·농촌 이원화 필요…도시는 학교 돌봄, 농촌은 집중형 돌봄센터
충남형 미래교육, 수도권 중심 구조 넘는 대안 모델…"인성과 AI를 함께 키운다"

이병도 대표 페이스북 캡처이병도 대표 페이스북 캡처
■ 방송 : 대전CBS <이슈 앤 톡> 표준FM 91.7, 홍성 99.3 (17:00~17:30)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권오철 교수
■ 대담 : 이병도 대표 (충남민주혁신교육포럼 대표)

◇권오철: 충남민주혁신교육포럼 이병도 대표 자리하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병도:  반갑습니다.

◇권오철:  대표님 이력을 쭉 살펴봤는데요. 무려 39년 넘게 충남 교육 현장을 지켜오셨더라고요. 아직 잘 모르시는 청취자분들을 위해, 그동안 어떤 교육 행정을 해오셨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이병도:  초임은 인천에서 시작했습니다. 1986년부터 가좌중, 제물포고, 인천고에서 근무했고, 1997년부터 성안고, 당진고, 쌍용고, 온양용화고 등 충남 여러 학교에서 교사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당시 전교조 활동 등을 하며 '참교육' 실천을 고민해 왔고요. 2014년 김지철 교육감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정책기획팀장, 교육혁신과장, 교육국장, 천안교육장까지 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혁신 충남교육의 틀을 만드는 데 함께했고, 공주대에서 교육재정 박사학위를 받으며 교육 연구도 병행해 왔습니다. 저는 늘 아이들을 중심에 둔 교사이자 교육행정가, 연구자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충남 교육을 오랜 기간 지켜보셨는데요. 지금 가장 시급한 교육 정책 과제 한 가지만 꼽는다면요?

◆이병도:  가장 큰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지역 소멸입니다.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학교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걸 단순히 경제 논리로 '작은 학교는 통폐합하자'라고 볼 게 아니라, 다양한 학교 모델을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대로 천안·아산 등 도심 지역은 과밀학급 문제가 있습니다. 지역마다 양상은 다르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학급 불균형은 동시에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권오철:  지난달 12일 충청 민주혁신교육포럼 창립대회가 열렸죠. 왜 지금 '민주'와 '혁신'을 내걸고 포럼을 출범시키셨는지 설명해 주시죠.

◆이병도:  대전·세종·충북·충남의 교육 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포럼입니다. 저는 지금이 교육 대전환의 시기라고 봅니다. AI·디지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입시 경쟁·서열화는 여전하고, 교육의 본질인 '사람'은 점점 더 소외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말하는 '민주'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해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뜻합니다. '혁신'은 과거 관행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배움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이고요. 아무리 미래가 불확실해도 교육이 과거로 되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사람 중심의 미래교육으로 가기 위해, 지금 다시 민주성과 혁신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오철:  창립대회에서 특히 교육 재정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셨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중앙정부가 교육 예산을 줄이려는 흐름에 대한 우려였는데요. 핵심 문제의식은 뭡니까?

◆이병도:  정부 입장에서는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육재정도 줄이자'는 논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한 경제 논리로 볼 수 없습니다. 현재 교육재정의 약 90%는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청에 배분하는 구조로 마련됩니다. 세수가 줄면서 최근 몇 년간 각 교육청에 수천억 원대 재정 결손이 발생했고, 코로나 회복기 기금까지 털어 쓰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럴수록 오히려 한 아이에게 더 깊이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는 겁니다. 70년 넘은 노후 학교, AI·디지털 교육을 위한 인프라, 환경·보건·급식 개선까지 미래교육을 위해 재정 투자가 더 필요합니다. 아이 수가 줄었다고 교육비를 줄이는 건 교육의 질적 도약과는 정반대 방향입니다.
 
◇권오철:  김지철 교육감 체제 12년 동안 여러 보직을 맡으셨는데요. 가장 의미 있는 성과, 한 가지만 꼽는다면요?

◆이병도:  무엇보다 청렴하고 안정적인 조직 문화를 만든 것이 큽니다. 교육감 연속 낙마라는 아픈 과거를 딛고, 학교 현장에 민주적 문화를 정착시킨 점도 중요합니다. 상명하복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의견을 내고 논의하는 구조, 그리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수업 혁신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들이 행복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많이 지원했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전국 최초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한 것, 그리고 정부보다 2년 먼저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시행한 것, 최근에는 AI 교육을 전국적으로 선도하는 미래교육의 선두 주자가 됐다는 점, 이런 것들이 김지철 교육감의 주요한 교육 행정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그래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지점이 있다면요?

◆이병도:  네. 교육권 보호를 통해 신명 나는 교실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아직 선생님들이 불안해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부분, 여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업무 경감, 그리고 학부모 인식 변화 같은 부분도 앞으로 계속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교사들이 '아이들보다 서류를 더 많이 본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교사 행정업무 과중 문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병도: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학교를 교육 공간이 아니라 행정기관처럼 취급하는 법·제도가 너무 많습니다. 유·초·중·고 교육 관련 법과 시행령이 약 300개, 충남교육청 조례만 해도 200개 정도 됩니다. 정치권에서 매년 새로운 법·조례가 만들어지는데, 그때마다 학교에는 새로운 행정업무가 쌓이는 구조입니다. 아무리 업무 경감을 외쳐도 법·조례가 계속 늘어나는 한, 현장의 체감은 '업무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입니다. 이제는 법·조례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합니다. 자꾸 만들기만 할 게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권오철: 이쯤에서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대표님, 최근에 교육감 후보로도 거론이 되고 계시더라고요.
그동안의 이력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한데, 출마 생각은 있으신 겁니까?
 
◆이병도: 공식적으로는 '출마 예정자'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선관위에서도 그런 표현을 쓰고 있고요.
아직 예비후보는 아니지만, 출마를 준비하는 입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지금 제 위치입니다.
 
◇권오철: 만약 교육감이 되신다면, 아까 말씀하셨던 교사 업무 경감 문제,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풀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이병도: 그렇죠. 그 부분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권오철:  다시 학령인구 문제로 돌아가 보죠. 충남 교육은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병도:  저는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의 질적 도약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학교를 줄이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교사 수를 늘리고 학생-교사 비율을 낮춰 더 촘촘한 지도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교육 환경·보건·위생·급식을 과거보다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도 포함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개성에 맞는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고요. 예술·체육·체험·수준별 학습까지 정말 '한 아이를 깊이 키우는 교육'을 하려면 결국 충분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이게 바로 제가 말하는 교육의 질적 도약입니다.
 
◇권오철:  저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는 학부모인데요. 최근 안전 문제도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돌봄정책,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병도:  도시와 농촌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안·아산 같은 도시는 대규모 학교가 많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돌봄을 운영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농산어촌은 학생 수가 적습니다. 두세 명 아이를 위해 돌봄교실을 유지하기보다는, 통학버스를 활용해 집중형 돌봄센터로 이동시키고, 그곳에서 방과후·돌봄·급식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작은 시·군 단위에 이런 돌봄센터를 두고 보호자가 데리러 올 때까지 안전하게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권오철:  현장에서 보시기에, 충남 학부모들의 가장 절실한 교육 요구는 무엇입니까?

◆이병도: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안전하고 책임 있는 교육. 둘째, 진로·진학에 대한 불안 해소. 셋째, 돌봄에 대한 충분한 지원입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유치원·초등 단계 돌봄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고등학생은 사교육 의존이 높아지는데 그 이면에는 학력 격차 해소와 돌봄 기능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공교육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AI 시대를 맞아 인성교육에 대한 논의도 많습니다. 대표님은 왜 지금 인성이 가장 절실하다고 보십니까?

◆이병도:  교육은 결국 사람을 올곧게 세우는 일입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힘은 혼자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며 배려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AI가 지식과 정보를 대체하는 시대에 교육 현장에도 기술이 깊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친구보다 기계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 소외'를 막는 것이 교육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성교육의 근간은 아이들끼리, 또 세대 간의 실제 만남과 접촉입니다. 체육·예술·다양한 체험 활동, 마을 어른들과의 교류를 통해 관계를 맺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성을 충남형 'K-인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병도 대표 페이스북 캡처이병도 대표 페이스북 캡처
◇권오철:  오는 12월 13일 오후 2시 상명대학교 천안체육관에서 출판기념회도 열리는데요.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이병도:  제가 줄곧 강조해 온 한 문장입니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 39년 동안 교사·교육행정가·연구자로 살아오며 느낀 건, 아무리 좋은 정책과 프로그램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없다면 결국 무의미해진다는 점입니다. 기술의 시대를 넘어 다시 사람의 시대로 나아가는 교육, 개인 경쟁을 부추기기보다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권오철:  충남발 미래교육의 모습을 한 문장으로 그려주신다면요?

◆이병도:  충남은 역사적으로도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앞장섰던 지역입니다. 이제는 인성을 바탕으로 AI·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 모델을 잘 만들면, 충남에서 시작된 교육혁신이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식 교육은 한계에 왔습니다. 충남만의 독특한 교육체제를 만들어 대한민국 교육혁신을 선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권오철 조심스럽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과 보완할 점이 있다면요?

◆이병도:  강점은, 평생을 현장 교사·교육행정가·연구자로 살아온 사람이라는 점, 그래서 현장을 잘 안다는 점입니다. 진보적 교육단체에서 활동해 왔지만 주변에서는 나름 균형감각이 있다고 평가해 주시는 부분도 있습니다. 보완할 점은, 제가 조금 이상주의가 강하다는 겁니다. 동료들이 "좋은 말씀인데 현실과의 간극이 있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과제입니다.

◇권오철:  끝으로 청취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병도:  교육은 사람을 올곧게 세우는 일입니다. 사람이 빠진 교육은 아무리 강화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해도 교육의 주체도 사람, 목적도 사람입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교직원이 존중받고,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충남 교육을 만들고 싶습니다.

◇권오철: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병도:  네, 고맙습니다.

◇권오철:  지금까지 충남민주혁신교육포럼 이병도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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