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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러 갈게요" 청년의 마지막 인사…밤새 달린 '생명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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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밤새 "제발 살아달라" 2천개 댓글 릴레이
"제철 음식 보낼테니 이 겨울 같이 버텨보자" 자영업자 응원도
"혼자인 줄 알았다…정말 감사하다" 작성자, 생존 의지 남겨

지난 9일 SNS에 부모님과 작은 누나가 죽은 후 27세 청년이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밤새 그를 응원하는 댓글을 남겼다. 쓰레드 캡쳐지난 9일 SNS에 부모님과 작은 누나가 죽은 후 27세 청년이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밤새 그를 응원하는 댓글을 남겼다. 쓰레드 캡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누나마저 떠나보낸 뒤 삶의 끝자락에 섰던 20대 청년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시민들이 올린 1천여 개의 '응원 댓글' 덕분에 극적으로 삶의 영역으로 돌아왔다.

10일 SNS에 따르면, A(27)씨는 전날 자신의 계정에 "올해까진 버티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큰누나 미안해"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앞서 올린 다수 게시글에서 본인 상황을 토로해왔다. 2년 전 부모님이 자취 중인 본인을 방문하려다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작은 누나마저 부모님이 죽은 지 9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설명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작성자에게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A씨의 글을 본 시민이 밤새 그를 살리기 위한 '댓글 구조'에 나선 것이다. 게시글에는 10일 오후 1시 기준, 1천 900개 이상 댓글이 달렸다.

댓글란에는 작성자가 다시 희망을 갖도록 격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시민 B는 "지금은 춥지만, 곧 벚꽃이 피고 여름엔 시원한 팥빙수도 먹어야 한다. 계절을 하나씩 건너보자"고 전했다. 시민 C는 "따뜻한 밥 한 그릇 먹고 다시 생각하자. 제발 살아만 달라"며 A씨를 다독였다.

본인이 판매하는 음식을 나눠주겠다면서 삶의 의지를 북돋우는 시민들도 있었다. 과알 소매업에 종사하는 D씨는 "올해 귤이 너무 맛있다. 괜찮으면 같이 먹자"고 했다. 구의역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E씨도 "신메뉴 나오면 택배를 보내도 될까. 나올 때마다 평가를 받고 싶다. 신메뉴가 기다려지도록 열심히 만들어보겠다. 그렇게 한해, 두 해 지나가보자"면서 A씨를 붙잡았다.

자신을 4살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내 아들 이름과 같다. 부모님은 눈을 감는 순간에도 남겨질 너만 걱정하셨을 것"이라며 "뼈가 부서지라 안아주고 싶다"는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해외 시민도 게시글에 응원 댓글을 남겼다. 대만 시민 F씨는 "온라인에서 대만어를 한국어로 번역했다"면서 A를 격려하는 댓글을 남겼다. 그는 "대만에는 맛있는 것이 많다. 꼭 소개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은 A씨에게 직접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위치를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 누리꾼은 "경찰 신고 후 A씨와 통화했다. 현재 집에 있다고 한다"는 소식을 공유하며 다른 이들을 안심시켰다.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 덕분에 A씨는 무사히 구조됐다. A씨는 이후 남긴 추가 댓글에서 "경찰관분들이 집까지 찾아오셔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입원을 권유하셨다"면서 "상담 후 내일 바로 입원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어 본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A씨는 "오랫동안 혼자였고 내 삶이라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이 걱정해주실 줄 몰랐다"며 "정말 감사하고, 걱정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치료 잘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며 끝까지 A씨를 응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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