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4.3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데 대해 사과했다. 이인 기자 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데 대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주를 찾아 사과했지만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12일 논평을 내고 권오을 장관이 부랴부랴 제주를 찾아 4·3 유족들에게 사과했지만 이미 전몰군경으로 인정됐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권 장관이 4·3 평화공원 방명록에 '제주4·3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과 억울함을 해소하도록 국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남겼다며 국가 폭력을 자행하고 무고한 제주도민을 희생시킨 학살자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고도 어떻게 4·3 희생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해소하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정의당은 박진경 대령이 1948년 4·3 당시 무고한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강경 진압작전을 펼친 장본인이며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명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말까지 한 군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지금이라도 무공수훈을 박탈하고 국가유공자 인정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유족들을 만나 4.3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데 대해 사과했다. 이인 기자
앞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11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데 대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희생자 유족들과 제주도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다만 유공자 지정 취소에 대해선 권 장관은 "절차를 모두 검토했지만, 그것은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장관이 언급을 하기엔 조심스럽다"며 "현 제도에서는 등록을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입법 미비 사항에 대해서는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고, 국가보훈부도 대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제주4·3평화재단 대회의실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만난 자리에서도 "아픔을 치유하지는 못 해줄망정 상처를 더 냈다는 생각에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상당히 송구스럽다"며 거듭 사과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장관이 11일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권 장관은 자리를 옮겨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와도 면담을 갖고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국가 폭력의 피해자인 4·3희생자의 오랜 한을 국가가 풀어줘야 하는데 보훈부가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 지사는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내용만 확인했어도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등록은 보류됐을 것"이라며 "신속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국가유공자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오 지사는 또 "제주도는 4·3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박진경의 행적을 알리는 안내판을 추모비 옆에 오는 15일 설치한다"며 "제도적 보완이 빠르게 이뤄져 유공자 등록이 취소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4.3평화공원에서 4.3유족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인 기자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해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1948년 6월 숙소에서 부하들에게 암살당했고 195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에 추서됐다.
서울보훈지청은 지난 10월 무공수훈을 근거로 박진경 대령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달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권 장관의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도 유족에 전달해 4.3단체와 제주도민의 반발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