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북토크에서 박연철(왼쪽)·이지은(가운데) 그림책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 살아온 방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북토크에서 박연철·이지은 그림책 작가는 각자의 창작 세계를 풀어놓으며, 지금 우리에게 왜 이야기꾼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했다. 사회는 그림책 평론가 오연수 '라키비움J' 에디터가 맡았다.
이지은 작가는 자신의 창작 원천을 "어린 시절, 혼자 놀며 이야기를 만들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그의 대표 캐릭터 '할머니'는 실제 외할머니가 모델이다.
"처음엔 희생적인 할머니였는데, 어느 날 '왜 내 할머니는 이렇게 씩씩했지?' 떠올리며 캐릭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의 인기 캐릭터 '츠츠츠츠'의 말풍선이 'I love you'를 모스부호로 변형한 것이라는 비하인드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아이들은 말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해요. 그래서 캐릭터는 말보다 '기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그림책 작가. 김민수 기자
박연철 작가의 출발점은 조금 다르다. 책과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어 영화와 남미 문학 세계를 발견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즐거운 거짓말을 만드는 사람"이라 소개했다.
"보르헤스가 만든 세계처럼, 현실이 아닌 듯 보이지만 어쩐지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 저는 그 경계를 좋아합니다."
그는 그림책을 만들 때 독자가 발견하도록 남겨둔 '숨은 장치들', 즉 암호·색감·구도 같은 '보이지 않는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은 어른보다 빨리 발견해요. 비밀을 찾는 기쁨이 있는 책이 오래 간다"고 말했다.
박연철 그림책 작가. 김민수 기자두 작가는 창작자가 견지해야 할 감정적 태도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을 나눴다.
이지은 작가는 "책을 걸어둔 뒤 불면증이 나았다는 독자 사연을 듣고 창작자의 감정은 결국 작품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걸 다시 느꼈다"며 "그래서 작업할 땐 절대 뉴스나 자극적인 콘텐츠를 틀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연철 작가는 "지금 이 대화도 훗날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의 '첫 감정'이 된다"며 "그림책은 텍스트보다 감정이 먼저 전달되는 매체"라고 정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두 작가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지은 작가는 "그림책 세계 전체가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혀 '작품의 세계관을 공간으로 확장하는 도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운영 중인 '포레스' 플랫폼을 통해 "출판 이후 독자의 경험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실험하겠다"고 밝혔다.
박연철 작가는 구두로 만든 드라큘라 모티프의 인형극과 그림책을 동시에 제작 중이라고 소개하며, "무대에서의 즉각적인 반응을 그림책의 감정 구조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그림책의 힘'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지은 작가는 "삶이 복잡해질수록 사람은 간단한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는다"며 "그림책은 가장 작은 형식으로 세상을 넓히는 방식"이라고 말했고, 박연철 작가는 "이야기는 결국 누군가를 붙잡아주는 감정의 구조"라며 "그 구조를 아이에게 어떻게 건넬지가 창작자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