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1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손팻말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3박 4일에 걸쳐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를 진행 중인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연일 밤샘 등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사회를 보지 않는 동안 주 부의장은 SNS를 통해 우 의장의 국회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법안' 상정 때 시작돼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3박 4일간의 필리버스터 중 주 부의장은 단 한 차례도 사회를 보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72시간이 넘는 시간을 우원식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 두 사람이 사회를 도맡았다. 국회의장단은 국회의장 1명과 부의장 2명 등 총 3명으로 꾸려지는데, 주 부의장이 유일하게 사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주 부의장은 지난 9월 필리버스터 때도 사회를 거부한 바 있다.
국회 상황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를 본다, 안 본다 등의 전화나 연락은 없었다"며
"의장단에 양해를 구하는 연락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3박 4일 필리버스터 동안 야간에는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6시간 씩 나눠 밤샘 사회를 보고 있고, 주간에는 3~4시간으로 쪼개서 사회를 보는 상황이다. 주간 근무의 경우 우 의장이 이 부의장 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 근무 중이라고 한다.
주호영 국회 부의장. 연합뉴스주 부의장은 우 의장의 국회 운영에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주 부의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9일)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우 의장의 행위는 국회 역사에 남을 중대한 일탈"이라며 우 의장이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마이크를 끈 일을 언급했다.
주 부의장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입법 폭주를 비호하는 시녀(侍女) 노릇을 자처한 것"이라는 격한 단어까지 썼다.
그러는 사이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의 과로 부담은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생법안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인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주 부의장이 또 사회를 거부한다면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말 그대로 '2교대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민주당 내에서도 주 부의장을 향한 매서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채현일 의원은 "본인 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정당한 의회 절차이고, 그 절차를 관리하는 의장석 사회는 거부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며 "이는 정치적 취사 선택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법적 의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 측은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위법이었고, 그렇기에 제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국민의힘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찬성한 상황에서, 다른 의제에 대한 비판을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반대 필리버스트를 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