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모마가 23일 GS칼텍스와 원정에서 마스크를 쓴 채 서브를 날리는 모습. KOVO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주포 모마(32·184cm)가 왜 1위팀의 에이스인지를 투혼으로 입증했다. 감기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승부처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팀의 시즌 첫 연패를 막아냈다.
도로공사는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GS칼텍스와 원정에서 세트 스코어 3-2(21-25 21-25 25-17 25-21 15-11) 승리를 거뒀다. 1, 2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3~5세트를 내리 따내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지난 18일 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 수원 원정에서 1-3 패배를 안았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이 승점 34로 1경기를 덜 치른 도로공사(승점 35)를 바짝 추격했다. GS칼텍스에도 졌다면 향후 1위 질주에 큰 타격을 받을 뻔했다.
출발이 좋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전 패배의 후유증이 남은 듯 1, 2세트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특히 모마가 5점에 그치며 8점을 몰아친 GS칼텍스 실바와 화력 대결에서 밀렸다. 이날 모마는 검은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펼쳤다.
모마는 2세트에도 4점에 그친 반면 실바는 2세트에도 8점을 터뜨리며 확실한 주포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GS칼텍스는 유서연, 레이나까지 10점을 합작하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3세트 도로공사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강력한 서브로 GS칼텍스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모마는 2점에 그쳐 컨디션이 여전히 올라오지 않았지만 이지윤과 타나차가 12점을 합작했고, 미들 블로커 김세빈이 블로킹 3개를 잡아내는 등 25-17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모마가 강스파이크를 터뜨리는 모습. KOVO 그러자 모마가 드디어 살아나기 시작했다. 4세트 후위 공격 2개 등으로 8점을 올리며 5점에 머문 실바와 대결에서 흐름을 뒤집었다. 강소휘가 6점, 타나차가 5점으로 삼각 편대의 위력까지 살아났다.
특히 5세트가 압권이었다. 모마는 5세트에만 무려 공격 성공률 64.29%로 9점을 퍼부으며 대역전승을 만들었다. 세트 막판 승부처에서 모마는 강력한 스파이크를 코트에 꽂고, 상배 블로킹을 뚫어내며 경기를 지배했다. 실바도 5세트 7점으로 힘을 냈지만 공격 성공률이 53.85%로 순도에서 모마에 뒤졌다.
경기 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모마의 투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모마가 감기 때문에 움직임이 조금 둔했다"면서도 "컨디션 안 좋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모습들 때문에 결국 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모마가 승리를 이끈 뒤 타나차를 껴안고 기뻐하는 모습. KOVO
모마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모두 피곤하고 자잘한 부상도 많다"면서 "그럼에도 팀을 위해 나서야 할 때가 있고,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는데 함께 승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도 컨디션 난조를 이겨냈지만 동료들의 지원을 잊지 않았다.
이날 모마는 팀 최다 28점을 올렸고, 실바는 양 팀 최다 33점을 뽑아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타나차가 20점, 강소휘가 15점, 김세빈이 14점, 이지윤이 10점으로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유서연이 13점, 권민지가 10점을 올린 가운데 레이나가 8점에 그쳐 상대적으로 주포에 대한 지원 사격이 부족했다.
감기에 대해 모마는 "예전 GS칼텍스 시절에 이어 2번째 한국에서 걸렸다"고 귀띔했다. 이어 "솔직히 컨디션은 신경쓰지 않았고, 정말 힘들었지만 이기고 싶었다"면서 "스스로 해야 할 것을 알고 있었고, 인내심을 갖고 플레이를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특히 모마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마스크를 쓰고 해서 더 힘들었지만 마스크가 나를 막을 수가 없었다"면서 "내가 하려는 걸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감기도, 마스크도 이겨낸 모마의 초인적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