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피감 기관으로부터 고가의 식사·숙박권 등을 받은 데다, 인사청탁까지 했다는 등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이를 전직 보좌진 탓으로 돌리면서 반격에 나섰다. 보좌진의 '악질 제보' 때문이란 취지다.
하지만 반성과 사과 등이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행태에 여당 내에서조차 부적절한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제기된 의혹에 제대로 된 해명은 내놓지 못하고 '물타기' 하려는 시도에 원내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기, 前보좌진 단톡방 공개로 '반격'
25일 김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최근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관해 "제보자는 동일 인물, 과거 함께 일했던 전직 보좌직원으로 추정된다"며 "이제는 그들과 있었던 일들을 밝힐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적었다.
김 원내대표는 '여의도 맛도리'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본을 함께 게시했다. 해당 대화방은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 6명이 참여하고 있었고, 김 원내대표와 가족을 겨냥한 듯한 대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해당 대화방을 김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9일 인지했고, 이를 근거로 직원들에게 직권면직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후 관계가 틀어진 그들이 사실과 왜곡, 허위를 섞어서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제 부덕에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 보좌직원들은 절대적 약자, 저는 절대적 강자라는 단순한 도식, 그들은 피해자고 저는 가해자라는 왜곡된 서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성은커녕 피해자 행세로 자신을 포장하며 점점 더 '흑화'되는 모습을 보고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그들은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기된 의혹들 살펴보니…"특권 의식 쩌들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하지만 지금껏 김 원내대표에게 제기된 비위 의혹들을 전직 보좌진의 악질 제보 탓으로 치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 김 원내대표 본인의 행실 문제인 데다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장남이 국정원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국정원 직원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나, 차남의 대학 편입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 등이다.
최근에는 김 원내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박대준 대표와 호텔 식당에서 만나 고가의 식사를 접대받은 데다가, 본인 보좌진 출신의 쿠팡 임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라는 등의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일 때 피감 기관인 대한항공으로부터 2박에 약 16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2인 조식 포함 1일 30만원 초중반"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적절하지 못했다. 반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김 원내대표의 부인과 자녀 등이 김 원내대표 지역구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대기 없이 진료를 받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해당 병원의 시설과 의료진 확충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 여지도 존재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의혹 곳곳에 '특권 의식'이 베어 있다"며 "그런 멘탈리티로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구태 비리 정치인이 저지르는 온갖 죄를 다 짓고 다닌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본인이 어떤 처신했는가 반성 계기돼야"
연합뉴스
각종 구설수에 김 원내대표는 전날 여당 의원들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쏟아지는 의혹 제기에 원내 리더십까지 타격이 오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러면서도 "오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전직 보좌진을 탓하는 취지로도 언급했다고 한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지금껏 제기된 의혹에 관해 공개 사과는 한 적이 없었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 탓을 하거나 이날처럼 전직 보좌진 탓을 할 뿐이었다. 고가 숙박권 논란에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표현만 있을 뿐, 사과·반성은 없었다. 이같은 태도에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박지원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온다'란 질의에 "보좌진과의 갈등이 있는 것에는 항상 정치권이라 좀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것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가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들은 김 원내대표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내역이 불법 취득으로 인한 것이라며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이들은 "해당 대화는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막내 보좌직원의 (텔레그램) 계정을 당사자 동의 없이 몰래 자신의 폰에 설치해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화 내용은 대부분 업무와 김 원내대표의 비리·권한남용에 대한 것이다. 그중 일부 내용만 발췌해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김 원내대표의 주장 자체가 허위"라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