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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장기화에 부담 높아지는 기업들…해결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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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고환율 장기화 조짐…산업계 전반으로 비용 부담 확산
반도체·배터리·조선, 대규모 대미 투자 앞두고 "돈 풀어라"에 '당혹'
중소기업 40% "고환율로 피해"…이익 봤다는 응답은 14%뿐
"원가 상승분 가격 전가 못해…납품대금 연동제 현장 안착 과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명동 거리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전날(1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넘어서면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류영주 기자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명동 거리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전날(1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넘어서면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류영주 기자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산업계의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분명히 하며 안정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금융시장과 산업 현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고환율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통상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되지만, 미국 투자를 확대했거나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재수출하는 기업일수록 환율 상승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호재는 옛말"…대미 투자·원자재 의존 기업엔 부담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고환율에 대응해 기업들에게 보유 달러를 원화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수조원에 이르는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를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어서, 고환율 국면에서 달러를 처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총 투자 규모는 37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38억달러(약 5조원)를 투입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9월 미국 공장 건설에만 7조 9545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지난 11월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약 5345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헤지 전략을 통해 약 2367억원 규모의 손실 방어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대규모 달러 지출 구조를 가진 기업들에게 환율 상승이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 연합뉴스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 연합뉴스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계기로 대미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조선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 투자를 약속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달러를 선뜻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들은 정부 요청에 따라 달러를 원화로 전환했다가 이후 미국 투자 시점에 환율이 추가로 오를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대미 투자 수요뿐 아니라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도 기업들은 재무적 관점에서 달러를 보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달러를 그때그때 원화로 바꿨다가 환율 변동으로 큰 환차손이 발생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수립해 둔 환헤지 전략과 정책 기조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중소·중견기업의 체감 피해는 더 직접적이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처럼 선물환 거래 등 자체적인 환헤지 전략을 운용하기 어렵고, 고환율 장기화로 원자재 수입 단가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 김현수 팀장은 "수출 제조 기업 가운데 원·부자재 자립도가 높은 곳은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그런 기업은 10곳 중 1곳 수준에 불과하다"며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수출을 하더라도 환율 상승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19일 중소기업 6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변동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확인됐다. 수출입을 병행하는 기업(337곳) 가운데 고환율로 피해를 봤다는 응답은 40.7%로, '이익이 발생했다'는 응답(13.9%)보다 3배가량 높았다.
 
특히 응답자의 55.0%는 환율 상승으로 늘어난 원가를 판매 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다수는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중간재 형태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원자재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일수록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해당 부담이 납품 단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 "환율 안정 메시지 넘어 구조적 비용 완화 대책 필요"

연합뉴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고환율 국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외환시장 안정 메시지에 그치기보다 대기업의 투자 구조와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 현실을 함께 고려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기업의 달러 보유를 일방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고환율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대기업의 대미 투자는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추진된 측면이 있는데, 이제 와서 달러를 풀어 환율을 안정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 역할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특정 기업의 재무 판단에만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보다 균형 잡힌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고환율로 인한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될 수 있는 구조를 짚었다. 추 본부장은 "납품대금 연동제가 도입됐음에도 중소기업의 55%가 원자재 가격 인상이 납품 대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제도는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환율 환경에서 대기업은 수출 증가로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으로 경영 불안에 노출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법적 장치 마련에 그치지 않고, 환율 상승분이 원자재 대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납품대금 연동제 취지가 현장에 안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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