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에서 서식하는 알락오리.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대전 3대 하천 대규모 준설 이후, 갑천의 생물 다양성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23년부터 올해까지 갑천에서 겨울 철새와 물새류 등을 살핀 결과, 개체와 종수가 뚜렷하게 감소했음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대전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대덕대교에서 금강 합류 지점까지 갑천 13㎞ 구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경운동연합은 매년 12월 한쪽 제방을 따라 이동하며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조류를 기록하는 단안 전수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자는 연도별로 겨울 철새의 서식 현황과 추이를 매년 동일한 방식으로 비교했다.
대전 3대 하천 준설 현장.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그 결과, 갑천에서 확인된 겨울 철새는 2023년 68종 4149개체에서 2024년 63종 3876개체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59종 2204개체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물새류의 감소는 더욱 뚜렷했다. 물새 전체 개체수는 2023년 2713개체에서 2024년 2451개체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1370개체까지 감소해 2년 사이 49.83%가 줄었다.
수면 위에서 먹이를 섭취하는 수면성 오리도 같은 기간 2074개체에서 936개체로 54.86% 절반 이상 감소했다. 또 잠수성 오리 역시 248개체에서 121개체로 51.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 원인으로 대전 3대 하천 대규모 준설을 꼽았다.
갑천 일대 백로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시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총 232억 원을 투입해 대전 3대 하천 20개 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준설을 시행했다. 갑천 겨울철새 모니터링 구간에서도 약 20만t 이상의 준설이 이뤄졌다.
지난해 일부 구간에서 공사가 시행된 후, 겨울 철새 개체수는 감소 추세로 전환됐고 올해 대규모 준설이 본격화면서 감소폭은 더욱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일한 구간에서 매년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음에도 준설 시기에 개체수 감소가 반복적으로 확인된 점은, 준설 확대가 조류의 서식 환경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는 대전시가 추진해 온 대규모 하천 준설이 갑천의 겨울 철새와 하천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 과학적 근거와 사전 검증 없이 반복돼 온 준설 정책은 생물 다양성 감소라는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현장.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또 대전시가 3대 하천 준설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홍수 예방 효과 또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2024년 대규모 준설 이후에도 홍수가 발생했다"며 "이는 준설만으로 홍수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하천 관리 정책이 준설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의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와 대전시는 대규모 준설 계획에 갑천습지보호지역이 포함된 '갑천(국가)권역 하천기본계획(안)(이하 하천기본계획)'을 마련 중이다. 환경단체는 "습지보호지역에 도래하는 겨울 철새와 하천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