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2040년 의사 부족 규모가 최대 1만1136명에 이를 것이라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결과가 나오면서,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이 결과를 토대로 이달부터 의대 정원 규모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
의료계는 추계 결과를 두고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이에 맞는 데이터를 사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의대 정원 결정 권한이 보정심으로 넘어간 만큼, 추계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쟁점과 근거들을 보정심 논의 과정에서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2035년 1535~4923명·2040년 5704~1만1136명 부족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제12차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열고 2025년부터 2040년까지의 의사 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심의·확정했다.
기초모형 기준으로 2035년에는 의사 인력이 1535명~4923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2040년에는 부족 규모가 5704명~1만1136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추계 결과를 단순 적용하면 2035년 기준 최대 부족 인원 4923명을 10년간 해소하기 위해 연간 약 500명 수준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5년간 매년 2천명 증원' 방안보다는 낮은 수치다.
정부는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이번 수급추계 결과를 존중해 보정심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정심은 지난달 29일 첫 회의를 열고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 해소 △미래 의료 환경 변화 반영 △의대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 확보 등을 기준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의료계 "추계 결과는 참고 자료"…'의협 리더십' 내홍도
연합뉴스의료계에서는 결국 '의대 증원'이라는 목표를 정해 둔 채 추계위 논의가 진행됐다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비슷한 방법론을 썼는데 추계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며 "절대적 기준이라기보다 참고 자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달 안에 자체 연구센터의 추계 결과를 공개하고, 정부 추계와의 교차 검증에 나설 방침이다.
전공의들 역시 이번 추계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이전 정부도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쳤다고 설명했지만, 방향을 정해 두고 부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계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을 향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2040년 의사가 최대 1만1136명 부족하다는 추계위 발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 결과를 근거로 의대 정원 증원이 결정된다면 의협 집행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보정심 논의 과정에서 투명하게 의대 정원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제기되는 문제들은 보정심 논의 등 향후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