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일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중 양국은 '민생과 평화 문제 해결'을 주된 주제로 그동안 풀지 못한 민감한 현안들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양안(중국-대만) 문제와 중일 갈등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될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세부 일정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중 외교부 장관 통화에서 중국 측이 한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요구한 가운데, 해당 문제를 정상 간 논의할지 여부를 물은 데 답한 것이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이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규정하며, 이를 내정 문제로 간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수교 이래 이를 존중해왔으나,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발언 수위와 시점에 신중을 기해왔다. 최근 중국군이 대만 포위 훈련을 한 데 이어 시진핑 주석은 1일 신년사에서 "양안 동포는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눈 사이고, 조국 통일의 역사적 대세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대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대만 문제에서 중국에 보조를 맞출 수는 없으나,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 위 실장은 "대만 문제 역시 우리가 가진 일관된 입장이 있는 만큼 이에 따라 대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통령은 7일엔 상하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는데,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심화돼 일본 측에 민감한 일정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위 실장은 이에 대해 "한국 정상이 통상적으로 소화해 온 일정"이라며 "일본에서 이를 문제 삼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이 갈등 상황에 놓인 것은 맞지만 우리는 대화와 협력이 증진되길 바라는 입장"이라며 "한국은 한중일 세 나라의 협력 사무국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주변국과 협력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양국 간 민감한 현안도 대화 테이블에 오른다. 서해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限韓令) 등이 주요 논의 사항이다. 위 실장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게 중국 측 공식 입장이지만, 우리가 볼 땐 상황이 좀 다르다"며 "문화교류 공감대를 늘려가며 문제 해결에 접근을 해보겠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현지에서의 K팝 콘서트 개최는 "이번에는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선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에도 논의된 바 있고, 이후로도 실무협의가 진행된 바 있다"며 "협의 결과를 토대로 진전을 보기 위해 계속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함께 걷는 한중 정상. 연합뉴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정부는 균형 외교를 이어가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제까지 풀어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위 실장은 "민생과 평화는 분리될 수 없으며, 양국 모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 실장은 공동성명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공동 문건을 준비하거나 협의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의 방중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약 6년 만이다. 특히 취임 7개월 만에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과 한국 정상의 답방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한중 관계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난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