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선교사 보고서에 기록된 은송리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성도들과 선교사의 모습. 오래된미래연구소 제공미국남장로회 호남 선교의 출발점이자 호남 최초 개신교회인 '은송리 교회'의 위치를 두고 지역 연구자들의 새로운 주장들이 나온 가운데, 전주시는 기존에 지정한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파악됐다.
학계의 일치된 합의와 지역 교계의 확인이 이뤄지길 기다린다는 입장인데, 연구자들은 해당 구역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위치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은송리교회의 위치를 포함한 호남 개신교 선교 유적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주시가 설치한 푯말은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사안의 귀추가 주목된다.
전주시 "은송리 교회 위치 수정하려면 학계와 교계의 '일치된 합의' 필요"
전주시가 지난 2015년 교계의 뜻에 따라 '은송리 첫 교회 터'로 공식 지정한 좋은교회 옆 공터. 전주시가 세워둔 푯말이 방치된 채 서 있다. 심동훈 기자9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전주시는 은송리교회의 위치를 지난 2015년 지정한 후 현재까지 푯말을 세워 놓고 관리중인 '좋은 교회 옆 공터'로 유지할 방침이다.
일치된 합의가 없다는 게 이유다.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학계의 완전한 합의가 우선돼야 하고, 이후 교계와의 합의도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계와 학계의 일치된 합의와 요청이 있는 후에 표지판 철거나 이전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송리 교회는 구약 성경을 번역한 레이놀즈 선교사의 한국어 선생이었던 정해원이 구입해 예배 처소 겸 집으로 삼은 공간으로, 선교사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신앙을 안내하는 등 선교의 기초를 닦은 곳이다.
전북 전주뿐 아니라 호남 전체에서 개신교가 처음 전파된 공간이자, 선교사들이 처음 거주하며 첫 선교지부를 만든 공간인 은송리교회는 호남 기독교인들의 오랜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 정확한 위치가 어디였는지는 교계와 학계 간 큰 논쟁의 주제였다.
'명륜맨션'과 '행운슈퍼 옆 공터'로 좁혀진 위치…문헌으로 입증해 설득력 높아
은송리 첫 교회의 위치로 지목된 3곳을 <완산도형>과 네이버 지도에 표시한 사진. A는 행운슈퍼 옆 공터, B는 명륜맨션, C는 좋은교회 옆 공터. 김중기 이사 제공 앞서 은송리 교회의 위치를 두고선 지금껏 세 가지 견해가 주를 이뤘다.
첫째는 구한말 선교사들의 전주 입성 당시 도로망과 풍습 등 문화 지리를 근거로 지난 2015년 전주기독교협의회 등이 밝힌 전주시 완산구 서완산동의 '좋은교회 옆 공터'다. 전주시는 교계의 발표에 따라 이 곳을 '은송리교회 터'로 공식 지정하고 푯말을 세워 관리하고 있다.
둘째는 전주시 완산구 동완산동의 '명륜맨션 언덕'으로, 고종 황제 당시 전라북도관찰사였던 이완용이 완산의 상황과 선교사들이 은송리에 점유하고 있는 주택 상태를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어람용 지도인 '완산도형'을 근거로 한 김경미 전주대학교 교수의 주장이다.
셋째는 '행운슈퍼 옆 공터'로, 초기 서문교회 성도들의 증언만을 토대로 추정된 공간이었으나, 최근 김중기 오래된미래연구소 이사의 연구로 문헌적 근거가 뒷받침됐다.
김 이사는 지난해 12월 열린 학술 토론회에서 고종 황제가 이씨 왕조의 출발점인 완산을 성역화하기 위한 조경단 등을 설치하기 위해 작성한 『조경단준경묘영경묘 영건청의궤』(의궤)와 해리슨 선교사의 기록 등을 근거로 은송리 교회의 위치를 '행운슈퍼 옆 공터'라 주장했다.
그는 교회와 예배당을 하나의 건물로 여기고 <완산도형>속 선교부 영역 내 가장 위쪽의 직사각형 초가를 교회로 추정한 김경미 교수와 달리, 정해원의 초가를 개조한 교회와 위의 직사각형 주택을 별도의 건물로 보고, <완산도형> 속 아래쪽 위치한 건물이 은송리 교회였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 "기존 위치 표지판 철거하고 논의 이어가야" 전주시 비판
<완산도형>의 모습. 교회로 표시한 곳이 현재의 '행운슈퍼 옆 공터', 예배당으로 표시된 곳이 현재의 '명륜맨션'이다. 오래된미래연구소 제공김경미 교수와 김중기 이사의 연구 이후 은송리교회의 위치에 대한 논쟁은 기존 세 곳에서 ' '행운슈퍼 공터'와 '명륜맨션 언덕' 두 곳으로 압축돼 이어져왔다.
증언과 기억만으로 추정해왔던 은송리 첫 교회의 위치를 당시 선교사들의 기록 및 후대의 증언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지도와 왕실 자료 등을 종합해 추정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문헌적 근거가 뒷받침된 구역들이 있음에도 당대의 풍습만을 근거로 삼아 설득력이 떨어지는 '좋은 교회 옆 공터'를 은송리교회의 위치를 지정해놓고, 학계의 일치된 합의만을 기다리며 방관하는 전주시를 비판했다.
김경미 교수와 김중기 이사는 "명륜맨션과 행운슈펴 옆 공터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구역이지만, 좋은 교회 옆 공터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후속 연구들이 좋은교회 옆 공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혼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푯말을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덕 전주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기독 선교지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이는 보이는 상황에서 호남 기독교사의 출발점인 은송리 교회의 위치를 지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잘못된 곳으로 안내된 교회의 위치를 수정한 뒤 명륜맨션과 행운슈퍼 공터 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전주시의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