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대공분실 박종철 열사 고문조사실. 연합뉴스"저기서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하셨던 거야."
故 박종철 열사 39주기 추모제가 열린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 기념관 앞에 선 40대 김모씨는 초등학생 아들의 시선을 따라 손가락으로 건물을 가리켰다.
아들이 "아빠도 민주화 운동했어?"라고 묻자, 김씨는 웃으며 "아빠도 시위 열심히 했지. 하지만 이분만큼은 아니야"라고 답했다.
이날 민주화운동기념관에는 추모제를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로 중·장년층이 많았고, 가족 단위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경기 용인에서 온 50대 박모씨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까지 겪은 상황이라 이번 추모제가 더 뜻깊게 느껴진다"며 "남영동 대공분실은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제서야 오게 됐다"고 말했다.
춤패 마구잡이가 故 박종철 열사 39주기 추모제에서 길놀이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민주화운동기념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故 박종철 열사 39주기 추모제'를 공식 개최했다. 추모제가 열린 다목적홀에는 시민 120여명이 모여 좌석을 가득 채웠다.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는 "내년이면 박종철이 살해당한 지 40년"이라며 "87년 항쟁의 기점이었던 이곳 남영동 대공분실에서의 박종철의 마지막 몸부림, 울부짖음이 거대한 함성이 돼 민주주의를 쟁취해냈음을 국민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박종철 열사 추모제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국가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을 이어가는 사회적 약속"이라며 "새롭게 문을 연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리는 첫 추모제로서, 이 공간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끊임없이 묻고 기억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부터 16일까지를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추모주간으로 지정했다. 추모 기간 동안 민주화운동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박종철 열사가 숨진 M2 5층 조사실 앞에서 헌화에 참여할 수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가들이 고문을 당했던 장소다. 박종철 열사는 강제로 연행된 뒤 1987년 1월 14일 이곳에서 고문에 저항하다 숨졌고, 그의 죽음은 한국 민주화의 전환점이 된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