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법무부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청사 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자 파월 의장도 곧바로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15일이다. 하지만 원래 연준 이사였기 때문에 의장에서 물러나더라도 본인 의지만 있다면 오는 2028년 1월까지 연준 이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
당초 파월 의장은 의장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연준 이사직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양측 간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파월 의장이 연준 이사직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연준 청사 개보수와 관련해 지난 9일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시작된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에서 예산이 추가됐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납세자의 세금을 남용한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는 구실일 뿐, 금리 인하 압박에 저항하던 자신을 향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연준 방문에 신중을 기해왔기에 당시 방문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지금까지 연준을 직접 방문한 대통령은 단 세명뿐이었고, 그것도 연준 본부 준공식과 의장 취임 선서 등 공식적인 일이었다.
당시 안전모를 쓴 채 취재진 앞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 파월 의장을 세워둔 채 "왜 예산 초과 문제가 벌어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공사비 증액 논란과 관련해 "연준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자발적으로 설계안을 제출했고, 국가수도계획위원회(NCPC)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며 "건설을 단순화하고 추가 지연과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일부 설계를 축소하거나 제거했고, 새 설계를 추가하진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뜻과는 달리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파월 의장을 비난해왔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연준 이사를 채워넣으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전격 해임 통보하기도 했고, 조기 사퇴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 자리에는 측극인 스티븐 마이런을 꽂아넣기도 했다. 쿡 이사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영상 메시지에서 "공직은 때로 위협에 굳건히 맞서는 것을 요구한다"며 "나는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성실함과 헌신을 유지한 채 상원이 내게 맡긴 일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사법적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법이 허용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해석된다. 의장 임기가 끝나도 이사직까지 내려놓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파월 의장이 지금 떠난다면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 의혹을 인정하는 셈이 돼 이제 그런 결정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부터 기준금리가 1%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파월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리 인하에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연준은 트럼프 재집권 후 금리 동결을 유지해오다 최근 3차례의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씩 총 0.75%포인트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