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찰 소환조사를 마친 최경식 남원시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동훈 기자최경식 남원시장이 음주 측정을 거부해 현행범 체포된 공무원의 승진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인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최경식 시장의 입장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수사 개시 사실을 통보했음에도 인사위원회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시정의 총책임자인 시장으로서 도의적 책임과 공직자의 의무 모두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음주측정 불응' 공무원 승진 논란…시민단체 고발·경찰 수사
12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최경식 남원시장은 지난 2024년 남원시의 인사 과정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던 6급 공무원 A씨의 수사개시통보 사실을 당시 인사위원회에 알리지 않았다.
A씨는 같은해 5월 31일 오전 2시 10분쯤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 방향 38.8㎞ 지점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불응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A씨가 수사를 받는 상황에도 남원시는 그를 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켰다. 이에 시민단체는 최경식 시장이 시장으로서 직무를 유기하고 공정한 인사 과정을 방해했다며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해 두 차례 남원시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8일엔 최경식 시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이어갔다.
남원시청 전경. 남원시 제공 '절차 없음' 이유로 수사 사실 미통보…공직자 의무·도의적 책임 방기 지적
최 시장이 수사 사실을 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은 이유는 '절차 없음'이다.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최 시장은 "수사 개시 사실을 인사위원회에 전달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수사개시통보 사실만으론 서류를 만들어 인사위원회에 제출하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원시 소속 과장급 공무원 B씨 또한 "수사개시통보 사실을 받았다고 해도 인사위원회에 속하지 않은 시장이 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통보할 이유가 없다"며 최 시장을 변호했다.
그러나 수사를 받는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절차 없음'과 '인사위원회 소속이 아니다'라는 이유만으로 음주측정 거부로 현행범 체포된 직원의 인사를 강행한 것은 인사결정권을 가진 시장으로서의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시민의 숲은 "수사개시 통보로 A씨의 혐의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인사위원회에 알리지 않은 것이라면 시장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고, 남원시의 공정한 인사 업무를 방해한 것이다"라며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남원시지부 또한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에게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최 시장은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A씨를 승진 시킬 것이 아니라 마땅한 징계를 내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경식 전북 남원시장이 지난 8월 '남원시와 함께하는 열린소통 시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대한 기자"법과 원칙 어긴 만행이 청렴도 꼴등 원인" 공무원 노조, 최 시장 강하게 비판
언론과 노조의 비판이 이어지자 남원시는 A씨의 승진을 취소하고 그를 직위해제했다. 이후 지난 2024년 9월 법원이 A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하자, 남원시는 A씨를 3개월 정직 처분했다.
하지만 노조는 남원시의 징계 처분이 뒤늦은 것임은 물론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4년 1월 3일 남원시는 산동면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80대 노부부가 사망한 사고를 두고 「난방유 등유·LPG 구입비 지원사업」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 C씨에게 책임을 물어 '견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노부부가 기름 보일러가 있었음에도 온수 매트 등을 쓰다 사고를 당한 것이 C씨가 그들에게 보일러를 돌릴 연료 구입을 지원하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업무 등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이유였다.
이후 화재의 원인이 매트와는 관계 없는 담뱃불이라고 밝혀졌지만, C씨는 사고가 보도됐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받은 것이다.
지난 2024년 1월 3일 발생한 남원 단독주택 화재 현장. 전북소방본부 제공
진현채 전국공무원노조 전북본부 남원시지부장은 "보도가 되는 것 만으로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음주측정 불응으로 현행범 체포된 A씨에겐 즉시 해임에 달하는 중징계가 내려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승진이 취소됐으니 사실상 강등이 아니냐는 시의 읍소를 수용해 중징계 중 가장 약한 3개월 정직을 내린 것도 부적절한 처분"이라며 "선고 이후 징계도 최 시장의 측근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법과 원칙을 어겨가며 특혜를 준 최 시장의 만행이 시의 3년 연속 청렴도 꼴등이라는 오명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강조했다.